신흥국, 달러債 발행 '사상 최고'

금리 떨어지고 수요 늘어… 올들어 총 1,510억弗 규모

이머징마켓(신흥국가)이 올해 발행한 달러표시 채권의 규모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흥국 정부와 기업은 미국의 불투명한 경기 전망과 초 저금리 정책 등으로 달러 채권의 금리가 크게 떨어지자 채권 발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흥국가들이 발행한 달러채권에 대한 수요가 높은 편인데다 무엇보다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머징마켓 채권에 대한 선진국 투자자의 선호는 신흥시장에 대한 긍정적 평가에서 비롯되지만 한편으로는 이머징채권을 일시에 매각할 경우 이머징마켓의 혼란이 우려되고 있다. 2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신흥국가들의 정부 및 기업이 올 들어 8월까지 총 1,510억 달러 규모의 달러표시 채권을 발행했다고 시장조사업체인 딜로직을 인용, 보도했다. 이 규모는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지난 1995년 이후 최고치다. 최근 신흥국가들에서 달러채권을 발행한 주체는 벨로루시, 베네수엘라 정부를 비롯해 멕시코석유공사, 인도연방은행 등 매우 다양하다. 신흥국가들은 달러표시 채권 발행에 앞다투어 나서면서 정작 자국 통화표시 채권 발행은 되레 줄어들었다. 신층 국가들은 같은 기간 중 총 2,600억 달러 규모의 자국 통화표시 채권을 발행했지만 지난해에 비해서는 줄어든 것이라고 FT는 전했다. 이러한 현상은 달러채권의 수익률이 계속 떨어지면서(채권가격 상승) 채권발행 비용을 낮추려는 신흥국가의 정부와 기업들의 구미를 당기고 있기 때문이다. JP모건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현재 신흥국가들이 발행하는 달러채권의 수익률은 5.7%로 자국통화채권의 금리(6.5%) 보다 낮아졌다. 이러한 채권금리 역전현상은 2년 만에 다시 일어났다. FT는 미 경제에 대한 우려감이 잠잠해지지 않으면 금리 역전 흐름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흥국가들은 또한 미국 경제가 앞으로 회복되면 기준 금리가 인상돼 달러화가 전반적인 강세로 돌아서면 발행한 달러 채권의 가치를 높이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여기에 투자자들이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를 잘 견뎌낸 신흥국가들을 새로운 투자처로 모색하고 나선 점도 중요한 이유라고 FT는 분석했다. 신흥국가들의 자국 국채 수익률과 미 국채 수익률의 스프레드(금리 격차)가 현재 3%포인트로 지난해 3월의 5%포인트에 비해 많이 줄어든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RBC 캐피털마켓의 나이젤 렌델 신흥국가부문 수석전략가는 "신흥국가들은 서구 국가들과 같은 (경기둔화) 상황에 있지 않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대개 신흥국가들에 대한 익스포저(채권보유)를 늘리기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이처럼 투자자들을 신흥국가들에 관심을 갖게 만들었지만 반대로 썰물처럼 일거에 빠져 나오게 부추겨 시장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FT는 "미국의 취약한 경제지표 등으로 경제둔화의 불안감이 더욱 커지면 투자자들이 안전자산 선호심리를 강화해 아직은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신흥국가들의 채권에 대한 투매에 나설 수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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