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초일류 기업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가 세상에 자신 있게 공표한 중장기 비전에는 “앞으로 7년 안에 또 다른 차원의 도약을 하겠다”는 자신감이 배어 있다.
특히 세계 초일류 기업의 대명사격인 MS나 IBM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과거와는 사뭇 다른 자세로 21세기를 열어가겠다는 의미다. 이 같은 모습은 그동안 경쟁업체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감으로 경영실적 수치가 비교되는 것조차 극히 꺼리던 삼성전자로서는 대단한 변신이다.
3일 서울 신라호텔을 찾은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앞으로 펼쳐질 디지털 컨버전스 시대를 충분히 선도해갈 역량을 갖췄다는 판단이 선 모습”이라며 “구축해놓은 각 분야별 기술력에 믿음이 가고 중장기 비전을 거리낌 없이 제시하는 자부심이 경이롭다”고 평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앞으로 5년 내에 지난해 매출액보다 2배 이상 매출액을 늘리고 이익ㆍR&D 등 질적인 측면의 성장도 동시에 추구하는 전사 미래성장 청사진과 함께 사업 부문별 경영전략을 상세하게 밝혔다.
◇반도체 ‘빅뱅 임박했다’=반도체 분야는 오는 2010년 목표를 ‘일상생활을 저장하는 반도체’에 두고 있다.
황창규 사장은 “PC 기반에 있던 반도체가 게임기ㆍMP3 등으로 확대되며 퓨전반도체 시대를 열고 있다”며 “삼성전자가 반도체 빅뱅의 주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낸드플래시 메모리는 내년에도 아이팟 나노 이상의 수요가 대기 중이고 D램은 다소 부진하겠지만 윈도비스타 효과에 따라 내년 하반기부터는 수요가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이와 관련, 내년 삼성전자 낸드플래시 메모리의 수요처는 일본 게임업체일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황 사장은 “낸드플래시 시장은 삼성전자가 만들어가는 만큼 각종 시장 전망치는 의미가 없다”며 “향후 5년간 낸드플래시 시장은 연간 15% 성장할 것이고 게임기업체의 성장에 따라 실제로는 이보다 성장세가 클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또 반도체 분야 투자계획과 관련해 “올해 안으로 미국 반도체 공장 투자를 확정지을 예정이고 12인치 신규 라인이 들어설 것”이라며 “내년 투자규모도 올해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휴대폰 ‘내년 공급량 15% 늘린다’=정보통신 부문에서는 내년 휴대폰 생산량을 올해보다 15% 가량 늘린 1억1,500만대 이상 공급할 계획이다.
이기태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사장은 “올해 휴대폰 출하량은 연초에 예상했던 1억대를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에는 전세계 휴대폰 시장의 성장세 등을 감안할 때 최소 1억1,500만대 이상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사장은 또 “삼성 폰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앞으로도 프리미엄 전략은 지속하겠지만 저가 신흥시장에도 선별적으로 진입할 것”이라고 전제한 뒤 “신흥 저가시장에서도 프리미엄 이미지는 계속 가져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국내 시장의 경우 TV를 시청할 수 있는 DMB폰이 주력 모델로 떠오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하고 이와 관련한 휴대폰 라인업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LCD ‘모든 사이즈에서 1등’=LCD 영역에서도 2010년 200억달러의 매출을 목표로 잡았다. 이는 지난해보다 2배 이상 확대된 규모다.
이상완 사장은 LCD사업의 미래 비전이 1인치부터 100인치까지 모든 사이즈에 적용이 가능한 디스플레이라며 “삼성전자는 세계적인 가격경쟁력을 갖춘 40ㆍ46ㆍ52ㆍ57인치의 제품군을 중심으로 TV 표준화를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사업환경에 대해 “삼성전자 등 선도기업들이 꾸준한 기술개발과 시장 창출을 이끌고 후발 기업들은 고유의 시장을 찾아 기존의 라인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을 세워야만 건전한 산업의 발전이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천안과 탕정으로 이어지는 크리스털밸리의 복합화 경쟁력, 제품군별 우수성 등을 바탕으로 2010년에는 전부문 1위에 올라설 것”이라며 “7-2라인의 시생산 성공으로 표준화를 선도하겠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르네상스 주도하겠다’=디지털미디어(DM) 부문은 디스플레이ㆍ홈ㆍ모바일ㆍ프린터 등 4대 핵심역량을 집중 강화할 계획이다.
최지성 사장은 “현재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 사업 부문은 3%대의 영업이익률로 세계 디지털가전 시장에서 가장 높은 영업이익률을 올리고 있다”며 “급격한 판가 하락이 지속되고 있는 TV시장은 2ㆍ4분기 세계 최대 매출을 달성했고 유럽시장에서는 LCD TV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지난해 디지털미디어총괄의 매출액은 144억달러로 이중 84%가 해외에서 발생했다.
최 사장은 “4대 사업군을 중심으로 제품ㆍ기술ㆍ마케팅ㆍ제조 효율화 역량을 투입해 디지털 혁명을 통한 디지털 르네상스를 주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