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갈등을 맥주 한잔에 녹여 느지막한 오후 햇살을 받으며 멋지게 풀어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인종차별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헨리 루이스 게이츠 하버드대 교수와 제임스 크롤리 경사를 백악관으로 초대해 나무그늘 아래서 좋아하는 맥주를 마시며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30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오후6시부터 약 40분간 백악관 오벌오피스 뜰에서 게이츠 교수, 크롤리 경사와 맥주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도 참여해 자칫 딱딱해질 수 있는 대화를 부드럽게 이끌어가는 중재자 역할을 맡았다.
오바마 대통령과 바이든 부통령은 와이셔츠 차림, 게이츠 교수와 크롤리 경사는 정장 재킷을 갖춰 입은 채 각자 좋아하는 맥주(오바마 대통령은 버드 라이트, 바이든 부통령은 무알코올 버클러, 게이츠 교수는 샘 애덤스 라이트, 크롤리 경사는 블루문)를 마시며 마음을 여는 시간을 가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회동이 끝난 뒤 발표한 성명에서 “친근하고 사려 깊은 대화”를 나눴으며 “이번 일을 통해 우리 모두가 교훈을 얻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게이츠 교수는 이번 만남이 인종 문제에 긍정적인 진보를 가져온 매우 진정성을 가진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크롤리 경사는 게이츠 교수와 각자의 관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에게 배울 점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나간 일보다는 미래의 일을 보는 게 더 중요하다는 데 동의했다”면서 “게이츠 교수와 추후에 또 만나기로 약속했다”고 덧붙였다.
회동에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기자들과 만나 “항간에 이 행사가 ‘맥주 정상회담(beer summit)’으로 불린다고 들었다”면서 “창의적인 이름이기는 하지만 회담은 아니고 학술회의도 아니며 단지 하루 일과를 마친 세 남자가 술을 마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이 자리는 그간 논란이 됐던 문제에 대해 각자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라면서 “이를 통해 결코 완전하지 않은 세 사람이 자신을 반성하고 서로 다른 관점을 가졌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강조했다.
흑인인 게이츠 교수는 지난 16일 자기 집에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가려다 이웃주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백인 크롤리 경사에게 소란죄 등으로 체포됐으며 여기에 22일 오바마 대통령이 미 전역으로 생중계된 기자회견에서 크롤리 경사의 행동을 ‘어리석었다(stupid)’고 비난하면서 흑백 간 인종차별 파장이 확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