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생산 회복세로통계청이 발표한 11월중 산업활동동향을 살펴보면 우리나라 경제가 11월들어 빠른 회복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금속광물, 기계장비 등 대부분 업종의 내수 감소폭이 줄어들고, 수출이 증가한 데 힘입어 생산은 11월중 1.4% 증가하여 금년들어 가장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다. 또한 제조업 평균가동율도 68.8%로 10월의 67.6%에 비해 소폭 상승하였다. 지난 7월의 62.9%와 비교할 때 제조업 평균가동율은 9월이후 비교적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내수의 감소폭은 약간 둔화되긴 했어도 아직 내수 위축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소매 판매의 경우 전년동월대비 8.4% 감소하여 지난 2월이후 최초로 한자리수의 감소율을 나타냈다. 그러나 설비투자나 국내건설 투자가 30%대의 감소폭을 나타내고 있는 등 내수위축은 좀처럼 해소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산업생산의 회복세는 우리경제가 에상보다 빨리 경기저점을 지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도 11월에 1.5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9월(1.2포인트), 10월(0.3포인트)에 이어 3개월 연속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11월중 선행종합지수는 전년동월에 비해 3.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향후 6개월이후의 경기를 예측하는 지표로 지난 7월이후 5개월 연속 상승하고 있다.
이는 지표상으로는 올해 4·4분기가 경기저점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88년, 96년도에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4∼5개월 상승하다 다시 하강한 사례가 있고, 현재의 경기가 내수가 뒷받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경기저점이라고 속단하기에는 이른 측면이 있다. 그러나 현재의 저금리수준이나 내년초에 이루어지기 시작하는 정부의 경기부양정책을 감안하면 특별한 외부적 충격이 없는 한 현재의 상승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11월중 재고가 16.3% 감소하여 재고수준이 96년 1월 이후 최저수준을 기록했다는 점은 재고조정이 거의 완료됐다고 받아 들일 수 있다. 경기하강의 마무리단계로 수요가 회복될 경우 이는 곧바로 산업생산으로 이어져 경기가 상승국면으로 전환하게 된다.
이러한 정황들은 현재 경기저점에 이르렀다는 예상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면 경기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회복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년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이를 체감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우선 내년에도 소비가 빠른 속도로 회복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경기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효과는 6개월이상 시차를 두고 나타난다. 따라서 올해의 경기침체가 내년 실업률에 더욱 본격적인 영향을 미쳐 실업률은 올해에 비해 1%포인트 이상 높아질 예상이다. 따라서 실업증가에 따른 소비둔화는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다. 또한 기업구조조정에 따른 고용조정이 본격화되어 고용불안이 가중될 수 밖에 없다. 이는 소비확대를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여 소비는 본격적으로 회복되기는 힘들 것이다.
투자위축은 소비보다 내년 경기회복에 보다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과거 우리나라의 투자는 대기업의 투자에 따라 중소기업이 이에 뒤이어 투자하는 대기업 위주의 투자방식을 취해 왔다. 문제는 부채비율 200% 달성을 위해 내년 대기업의 투자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는 점이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100조∼200조원의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내년 대기업은 추가적인 투자확대를 하기 힘든 상황이다. 따라서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투자축소를 대체할 수 있을 때까지 투자위축은 불가피하다. 이는 상당기간 잠재성장률을 하락시켜 향후 우리나라의 성장기조가 과거에 비해 대폭 낮아질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내수 뿐아니라 수출전망도 밝지 않다. 기업의 자산매각 등 내년도 외국인의 해외자본이 대폭 국내로 유입될 것으로 보여 내년도 환율절상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세계경제가 올해에 비해 나아지지 않을 전망이어서 내년 수출증가율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내년도 내수나 수출전망이 밝지 않아 경기회복은 상당히 더디게 진행될 수 밖에 없으며 이로 인해 경기가 저점을 지나더라도 상당기간 경기회복을 체감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黃仁星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시장금리 지난 주 시장금리는 보합세를 유지했다. 채권시장은 거래가 거의 없는 가운데 파장분위기가 역력했다.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금리가 한단계 더 하락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가 시장을 지배함에 따라 매물이 자취를 감추었으나 연말결산을 앞둔 금융기관들이 자금운용을 기피하면서 매수세력 역시 잠잠해 거래감소 속에 시장금리는 한주 내내 소강상태를 지속했다. 이로써 지난해 연초 한때 30% 수준까지 상승하기도 했던 시장금리는 외환위기가 진정되면서 꾸준히 하락해 연말에는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며 한자리수까지 떨어지는 극단적인 움직임을 보이며 한 해를 마감했다.
금년 연중의 시장금리는 지난 해에 비해서는 훨씬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금리수준도 한자리수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반적인 경제지표가 점차 안정돼가고 있고 금융기관과 기업의 구조조정도 커다란 윤곽이 마무리됨에 따라 금융시장 기능이 정상을 되찾아가면서 금리안정 기조가 정착될 것으로 보인다.
한 해를 여는 금주의 시장금리는 소폭의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연말요인으로 인해 자금운용을 자제했던 금융권이 채권시장에 다시 가담할 것으로 보이고 제일은행 매각 성사로 원화환율이 하락압력을 더욱 강하게 받고 있어 시장금리 역시 하락압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재의 금리수준이 절대적으로 상당히 낮은 수준이라는 점과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경제회복의 신호가 나타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추가적인 금리하락의 여지는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제공:삼성경제硏 경제동향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