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in 마켓] 김상태 KDB대우증권 IB사업부문 대표

"스몰캡 영업 강화… IPO 스펙트럼 넓힐것"
실적·성장성 갖춘 모바일게임·바이오주 위주로 시장 변화
서울경제-지역간 협업 네트워크 통해 'IB 명가' 재건 주력



"대형 기업뿐 아니라 중견·중소 기업으로 기업공개(IPO) 영역을 넓혀나갈 계획입니다. 지난 2000년대 초 버블 때와는 달리 기술력 있고 성장성 갖춘 모바일 게임, 바이오 업체 등이 눈에 많이 띕니다."

김상태(50·사진) KDB대우증권(006800) 투자은행(IB) 사업부문 대표는 18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모바일 게임, 바이오, 제약 등의 업종으로 IPO 스펙트럼을 넓혀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대우증권이 그동안 대기업 중심의 IPO를 해오다 보니 시장에서 가장 낮은 평가를 받는 분야가 스몰캡"이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스몰캡 영업을 강화하고 있고 차츰 결실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대우증권은 지난해 모바일 게임 업체 넷마블엔투, 화장품 업체 토니모리의 대표주관사로 선정됐다. 두 회사는 모두 연내에 증시 입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 대표는 "구체적인 회사 이름을 밝힌 수는 없지만 바이오 업체 몇 곳과도 IPO를 위해 접촉하고 있다"고 전했다.

KDB대우증권이 스몰캡으로 IPO 활동범위를 넓히는 것은 최근 증시에 불고 있는 변화의 바람과 맞닿아 있다. 최근 코스닥시장은 모바일· 바이오·제약 등의 업종에 돈이 몰리면서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과거 삼성전자·현대차 등 제조업체의 후방업체가 코스닥을 이끌었다면 이제는 실적과 성장성을 겸비한 업종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 김 대표는 "2000년 초반의 벤처 열풍은 기업들의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에서 청사진에만 의존하다 결국 버블로 끝났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며 "모바일 게임, 바이오 회사들은 탄탄한 실적을 바탕으로 돈을 벌면서 코스닥지수 상승을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40~50년 동안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었던 중후장대 산업이 점차 성장의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면서 "최근 코스닥의 강세는 앞으로 우리나라 산업구도가 어떻게 변화할지를 미리 보여주는 리트머스 시험지"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스몰캡 영업강화를 위해 지역 프라이빗(Private)IB를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그는 "지방 소재 기업의 정보는 본사 IB 인력보다 해당 지역 지점의 PIB 직원들이 훤히 꿰뚫고 있다"며 "앞으로 본사 IB와 지역 PIB 간 협업 네트워크를 통해 스몰캡 영업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대우증권에서 업무를 처음 시작한 대우맨 출신이다. 1989년 대우 공채로 입사한 후 2007년부터 2013년까지 메리츠종금증권과 유진투자증권을 거쳐 지난해 초 대우로 돌아왔다.

김 대표는 친정에 복귀하자마자 지난해 6월 제일모직(옛 삼성에버랜드) 상장 프로젝트를 따내며 IB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이 됐다. 대우증권은 지난 몇 년간 '중국 고섬 사태'에 발목이 잡혀 대형 기업 주관사 선정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지만 제일모직의 단독 대표주관사 선정을 계기로 명예회복에도 성공했다. 김 대표는 "기대했던 삼성SDS 딜에서 막판에 탈락하면서 정말 이를 악물고 제일모직 딜에 나섰다"면서 "회사 내 리서치센터·법무실·법인영업팀·리테일 등 관련 부서가 협업을 통해 전사적으로 매달려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대우증권의 경쟁력은 직원들 간의 끈끈한 유대와 협력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직원들의 이름과 얼굴을 기억하기 위해 수시로 사진첩을 들춰보고 말단 직원과도 저녁에 소주잔을 기울이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김 대표는 "현재 대우증권 후배들의 개인적인 자질은 과거에 비해 정말 우수하지만 구성원 간 유대감은 조금 약화된 것 같아 아쉽다"며 "직원들과 스킨십을 하면서 대우증권을 IB 명가로 재건하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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