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통신서비스들이 본격적으로 「1위 다툼」에 뛰어들었다.지난해 PC통신 업계에서 2, 3위를 차지했던 하이텔과 유니텔은 최근 부동의 1위였던 천리안에 도전장을 던지며 「PC통신대전」을 선언했다. 1위를 지키려는 천리안의 수성 의지도 만만치 않아 올해 PC통신 업계에는 패권(覇權)을 거머쥐려는 각 업체들의 경쟁이 불꽃을 튀길 전망이다.
유니텔은 최근 정보통신부에 1월말 가입자수가 115만9,586명이라고 보고했다. 한 때 넘볼 수 없는 벽이었던 하이텔보다 5만7,000여명이나 많다. 유니텔측의 보고대로라면 유니텔은 하이텔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선 것이다. 유니텔은 지난해말 가입자 규정을 바꿔 단숨에 나우누리를 제친 바 있다.
유니텔은 정보통신진흥협회에 가입자수와 구체적인 매출 데이터를 함께 보고했다며 「2위 등극」을 공식적으로 인정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또 2000년 뒤에는 천리안까지 따라잡아 1위를 차지하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하이텔은 「말도 안되는 억지」라며 반발하고 있다. 하이텔의 한 관계자는 『어떻게 가입자 기준을 바꿨길래 한달에 30만명이 늘어나느냐. 가입자 기준을 입맛대로 바꾸면 우리라고 천리안을 따라잡지 못하겠느냐』고 항의했다. 이 관계자는 『정통부의 가입자 기준에 관해 오해가 생긴 것 같다. 하이텔의 1월말 가입자는 119만명 수준』이라며 정통부에 곧 정정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니텔에 불의의 일격을 맞기는 했지만 하이텔도 최근 천리안에 대한 추격 의지를 공식화했다. 지난 11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사이버교실」을 운영키로 협약을 맺은 것이 그것이다. 하이텔은 이를 통해 26만여명의 교사들에게 무료로 하이텔ID를 발급해줄 수 있게 됐다. 무료ID는 가입자에 포함되지 않지만 교사ID는 예외다. 하이텔과 천리안의 차이는 30만명. 교사 26만명이 그대로 들어오면 하이텔은 이를 4만여명으로 줄일 수 있다. 간발의 차이다.
천리안도 가만히 있는 것은 아니다. 천리안이 자신만만하게 준비한 것이 정액제 서비스. 한달에 1만3,000원만 내면 천리안과 인터넷을 마음껏 쓸 수 있는 요금제도다(다른 PC통신은 1만원). 「비싼 PC통신」의 이미지를 말끔히 벗어버리겠다는 의지다. 천리안은 『비쌀 때도 1위였는데 쌀 때는 어련하겠느냐』며 1위 수성을 자신하고 있다.
천리안이 걱정하는 것은 오히려 넷츠고의 파상공세다. SK텔레콤이라는 막강한 자금력을 등에 업고 있어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른다는 우려다. 다른 PC통신 업체에는 엄청난 적자도 SK텔레콤에는 속된말로 「껌값」에 불과하다. 넷츠고는 지난해 40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모으며 돌풍을 일으켰다.
여기에 지난해 4위로 추락한 나우누리의 명예회복 움직임과, PC통신 「막내」 채널아이의 분발까지 더해지면 올해 국내 PC통신은 대격변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김상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