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살아남은 자의 다섯번째 조건

정명수 기자(증권부)금융감독원 출범을 앞두고 금융감독위원회 산하 감독기관들이 인사태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4개 감독기관의 임원은 일괄사표를 제출했고 1, 2급 간부직원들도 대폭 물갈이가 예상된다. 과거의 금융질서가 현재의 실패를 만들어냈다면 새로운 사람들이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증권감독원의 한 임원은 얼마전 사석에서 이런 말을 했다. 『금감원에서 계속 일하려면 첫째 개혁적이어야 하고 둘째 국제적이어야 하고 셋째 젊어야 하고 넷째 전문적이어야 한다.』 『스스로 4가지 조건에 맞는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기자의 질문에 이 임원은 씁쓸한 웃음만 지어보였다. 과거의 사람으로서 이 임원은 계속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지를 놓고 심각하게 고민해 봤을 것이고 거기서 4가지 조건을 끌어냈을 것이다. 따서 살아남은 자들은 최소한 이 4가지 조건을 충족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든다. 금감위 주변에는 벌써 「누가 임원으로 내정됐다」는 식의 말들이 돌아다니고 있다. 그가 4가지 조건에 맞는 사람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이 자리에 어떻게 앉게 됐는지 자기점검을 할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개혁적이고 국제적인가. 나는 정열적이고 전문적인가. 이 질문에 거리낌없이 답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이것이 살아남은 자가 갖춰야 할 다섯번째 조건이다. 선택된 이유를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시간이 지나면 자신이 만든 질서에 안주하며 세계의 변화에 둔감한 우물안 개구리가 되기 쉽다. 선택된 이유를 망각한 사람은 시간이 지날 수록 연륜이 아니라 아집에 얽매이게 되고 전문가입네 하며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게 된다. 역사속에서 우리는 개혁의 선봉에 섰던 사람들이 얼마 지나지 않아 개혁의 걸림돌이 되는 경우를 수없이 보아 왔다. 내년에 출범할 금감원은 경제개혁의 첨병역할을 해야한다. 어느자리 하나 중요치 않은 곳이 없다. 살아남은 자들은 기쁨을 누릴 겨를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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