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재벌 그룹 3곳 중 2곳 정도는 내부거래가 감소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제민주화 바람에 일감 몰아주기를 줄인 것으로 보인다. 계열사 간 합병 등 사업 구조 변경의 영향도 있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재벌 총수가 있는 그룹 중 분기별로 기업집단현황공시를 하는 36개 그룹 가운데 63.9%인 23곳은 올해 1∼3분기 내부거래가 줄었다.
이는 상장사와 그 계열회사 간의 주요 상품·용역 거래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삼성그룹의 올해 1∼3분기 내부거래 규모는 8조5천853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9조4천954억원)보다 9.6% 줄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올해 들어 3분기까지 내부거래 금액이 총 16조9천596억원으로 작년 동기(17조1천253억원)보다 1.0% 감소했다.
10대 그룹 중 SK(-5.6%), 현대중공업(-35.0%), GS(-46.4%), 한화(-27.4%), 두산(-15.7%) 등 7곳의 내부거래가 줄었다.
반면에 LG(17.8%), 롯데(16.5%), 한진(1.4%) 등 3곳은 오히려 늘었다.
10대 그룹 외에도 신세계(-24.3%), 대림(-13.7%), 금호아시아나(-11.6%), 코오롱(-5.6%) 등 상당수 그룹의 내부거래가 줄었다. 경영상 위기를 맞은 STX(-63.8%), 웅진(-80.7%) 등도 내부거래가 크게 감소했다.
그러나 효성은 다른 그룹보다 내부거래 규모는 작지만 작년 1∼3분기 374억원에서 올해 1∼3분기 1천13억원으로 170.8% 늘었다.
또 현대백화점(15.2%), 현대(12.3%), 한진중공업(46.2%), 동양(69.9%), CJ(28.6%), 동국제강(17.6%) 등도 내부거래가 증가했다.
재벌 그룹의 내부거래가 전반적으로 줄어든 것은 대기업 집단의 일감 몰아주기 관행에 대해 거센 비판이 일자 대기업들이 자제한 것으로 보인다. 사업 구조가 변경되며 내부거래가 불가능해진 것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부터 일감 몰아주기에 증여세를 과세하는 것도 내부거래 감소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특수관계법인에서 연매출의 30%를 초과하는 일감을 받은 기업의 지배주주나 친인척 중 지분을 3% 넘게 보유한 이들에게는 증여세가 부과된다.
대기업 내부거래가 제조업체의 수직계열화 등 거래비용 절감을 위한 것일 경우 긍정적인 면도 있다.
이기웅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 부장은 “대기업들이 눈치를 보고 내부거래를 자제하려는 면이 있는 것 같다”며 “내부거래가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지만 대주주의 사익을 위한 것이라면 분명히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