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불=1100원, 수출비상

환율하락은 원래 경제기반이 튼튼한 나라에서는 좋은 현상이다. 달러의 유동성이 풍부한 탓에 통화가치가 그만큼 상승, 국부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한국은 사정이 다르다. 환율급락은 경기활성화의 견인차인 수출을 위축시켜 반대로 환율급등을 불러온다. 악순환이 되풀이 되는 것이다.정부는 올 무역수지 흑자규모를 400억달러로 책정, 총력전을 펴고 있다. 그러나 최근들어 환율이 급락하면서 수출전선에 빨간 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원화강세에 따라 수출은 전년대비, 8~9%의 감소세다. 수입은 지난 11월까지는 37%나 줄었다가 15%대의 감소율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무역업계가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정부는 환율급락으로 수출환경이 급속히 악화됨에 따라 다각적인 외환수급대책을 세워 외환시장 안정에 나서기로 했다. 사실 정부가 외환시장에 공개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한때 일본정부가 미 달러화에 대한 엔화환율이 1달러대 80엔까지 떨어지는 슈퍼 엔고(円高)를 기록하자 적극 개입한 적이 있었으나 실패로 끝났다. 결국 미국과 유럽의 협력으로 엔화를 안정선인 100엔대 이상으로 끌어 올릴 수가 있었다. 한국은 자칫 환율조작 국가라는 오명(汚名)을 듣기쉽다. 그렇다고 이를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IMF를 비롯한 미국 등의 국제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지금 수출업체들은 비명을 지르고 있다. 1,100원대로서는 도저히 채산성이 맞질 않는다는 아우성이다. 문제는 내년이다. 종합상사들은 내년 환율을 1,250~1,300원선으로 상정, 수출목표를 올해보다 5억~10억달러씩 상향조정해 놓고 있다. 1,100원대가 지속될 경우 경쟁국인 일본과는 가격경쟁력에서 밀린다는 주장이다. 다행히 엔화 역시 강세로 10대1의 환율을 유지, 아직은 우리나라가 경쟁력이 있는 편이다. 이같은 상황이 언제나 지속될지 속단은 금물이다 우리나라가 IMF를 벗어나는 길은 수출밖에 없다. 따라서 경제운용의 초점도 환율안정에 맞춰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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