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합정책 질의를 벌일 예정이었던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전체회의장이 17일 민주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일부 한나라당 의원과 국무위원들만 참석, 대부분 비어 있다. /오대근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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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 새해 예산심사가 민주당의 상임위 일정 보이콧으로 17일 마비됐다.
지난 5일 검찰의 여야 국회의원 사무실 압수수색으로 고비를 맞았던 국회 예산심사가 이번 체포사태로 또다시 암초를 만났다.
이날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종합정책질의를 시작으로 본격화하려던 국회 예산심사가 차질을 빚은 것이다. 이에 따라 새해 예산안에 대한 국회의 법정시한(12월2일) 처리도 불투명하게 됐다.
민주당은 전날 저녁 검찰이 청목회 입법로비 수사와 관련해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를 체포한 일을 이유로 일단 이날 하루 예결위를 제외한 상임위 예산심의 참여를 전면 거부했다. 이날 예결위도 민주당 측이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사찰의혹 관련 폭로를 제기하고 검찰의 청목회 수사에 대해 반발하면서 정작 예산심사는 제대로 하지 못하고 파행했다.
민주당은 "정부와 청와대가 더 이상 야당과 정치를 원하지 않고 있다"며 매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반면 한나라당은 예산심사와 검찰수사를 연계해서는 안 된다며 예산심의에 참여할 것을 촉구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ㆍ오후 두 차례에 걸쳐 의원총회를 열어 향후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대부분 의원들은 검찰의 수사를 예산안 심사와 연계해야 한다는 강경 대응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각 상임위별로 예산심사 등을 진행해야 하는 부담이 있어 민주당 지도부의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정국 경색을 예고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오전 의원총회에서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어졌다"며 "정권의 실정에 대해 전면적으로 나서 싸울 것"이라고 각을 세웠다. 그는 "도대체 대포폰에 무슨 비밀이 있는지, 영부인이 무슨 일을 하고 다니는지 물어봐야겠다"며 평소에 비해 매우 강한 발언을 쏟아냈다. 그간 민주당은 신중한 자세를 보였지만 앞으로 대응이 강경해질 것을 예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검찰의 수사 행태를 문제 삼아서 예산안 처리를 파행으로 이끈다고 비난했고 민주당이 요구한 검찰총장의 예결특위 출석은 전례가 없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안형환 한나라당 대변인은 "검찰 수사에 대해 억울하고 답답한 마음이 있을 수 있지만 그럴수록 의연하게 국회의원의 소임을 다 하는 게 국회가 국민의 지지를 받는 올바른 태도"라면서 "야당이 검찰수사를 이유로 예산안 심의를 미루면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며 예산안 심의 참여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