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사장단 협의회 "삼성, 트리플 위기상황에 직면"

"리더십·미래 먹거리·브랜드 모두 흔들"
이수빈 회장, 계열사 CEO에 분발 당부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을 대신해 삼성그룹의 좌장 역할을 하고 있는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은 2일 열린 첫 사장단협의회에서 삼성이 ‘트리플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다. 이 회장은 이날 서울 태평로 삼성 본관 28층에서 열린 제1차 삼성 사장단협의회에서 “현재 삼성은 이끌어줄 선장도 방향타도 없이 각사가 독립적으로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복합적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삼성이 처한 위기상황을 ▦이 전 회장의 퇴진과 전략기획실 해체로 인한 ‘리더십의 위기’ ▦10년, 20년 후에 무엇으로 먹고 살지 하는 ‘미래 먹거리의 위기’ ▦특검으로 인한 그룹의 대내외 이미지 훼손 및 그에 따른 ‘삼성 브랜드의 위기’라고 규정했다. 삼성이 전략기획실 해체와 함께 미래 먹거리 위기는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투자조정위원회에서, 브랜드 위기는 이순동 제일기획 사장이 주축이 된 브랜드관리위원회가 책임지고 조율하기로 했지만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이 회장은 “과거의 위기는 이 전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과 전략기획실의 가이드로 그룹 전체가 힘을 합쳐 이겨낼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렇게 하기가 어렵게 됐다”고 전제한 뒤 “사장단이 새로운 각오와 책임감으로 한층 더 노력해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켜주기를 부탁드린다”고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의 분발을 당부했다. 이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전날 이 전 회장이 재판정에 서서 회한 섞인 눈물을 보이면서 “삼성전자가 만드는 제품 가운데 11개가 세계 1위인데, 이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우리나라에서 또 이런 회사를 다시 만들려면 10~20년이 걸려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하면서 삼성의 힘겨운 항로에 대한 우려를 보인 것과 줄기를 같이한다. 실제로 이날 사장단협의회에 참석하기 위해 출근하는 삼성 사장들의 표정은 무거웠으며 웃음을 머금고 활기차게 출근하던 예전 사장들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사장단협의회 운영방안’에 대한 토론으로 1시간가량 진행된 회의 분위기도 침울했다고 참석자가 전했다. 협의회의 참석 인원은 종전과 비슷하게 각 관계사 사장단 약 40여명으로 했고 종전 수요 사장단회의와 마찬가지로 매주 수요일 열기로 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협의회를 격주로 하자는 의견도 일부 있었으나 복합적 위기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사장단이 자주 머리를 맞대고 숙의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 매주 개최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