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제이 싱(42ㆍ피지)이 생애 첫 타이틀 방어에 성공하며 ‘40대 전성시대’를 구가하고 있다.
싱은 25일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레드스톤골프장(파72ㆍ7,508야드)에서 끝난 셸휴스턴오픈(총상금 500만달러)에서 연장 접전 끝에 ‘풍운아’존 댈리(39ㆍ미국)를 꺾고 정상에 섰다.
4라운드 합계 13언더파 275타. 싱은 이날 2언더파를 쳤고 댈리는 막판 4개 홀에서만 버디 3개를 챙기며 5타를 줄여 동률이 됐었다.
사실 연장 승부는 싱겁게 끝났다.
댈리가 3번 우드를 잡고 티샷을 날렸으나 해저드에 볼을 빠뜨렸고 벌타를 받고 드롭한 뒤 친 3번째 샷마저 그린 너머 러프에 떨어졌기 때문.
싱은 드라이버 샷이 오른쪽 러프에 떨어졌지만 세컨드 샷 때 걸리는 나무가 없어 안전하게 2온에 성공했다. 이어 댈리의 연속 실수를 본 뒤라 마음이 편해졌는지 내내 속을 썩이던 퍼팅도 안정을 찾아 15m이상 되는 버디 퍼트가 홀을 스치듯 멈춰 섰다. 가볍게 파 퍼팅으로 마무리.
댈리가 보기 퍼팅을 할 필요 없이 싱의 우승이 확정됐다.
이번 우승으로 싱은 다양한 기록을 갖게 됐다.
일단 이 대회 전까지 무려 25승을 하면서 단 한번도 기록하지 못했던 타이틀 방어에 성공했다. 같은 대회 우승은 있지만 2년 연속 우승한 적은 없었던 것. 지난 66년 휴스턴챔피언십인터내셔널로 시작된 이 대회 역사상으로도 2연패는 이번이 처음이다.
싱은 시즌 승수를 2승으로 늘려 타이거 우즈와 필 미켈슨(3승)과 함께 다승자 대열에 합류했고 상금 90만달러를 보태며 시즌 합계 383만6,413달러를 기록, 우즈를 제치고 미켈슨에 불과 6,043달러 뒤진 랭킹 2위가 됐다. 내내 골프 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세계랭킹 부문에서도 우즈와의 격차를 좁히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골프 팬들에게 고무적으로 다가오는 기록은 그가 40대 들어 기록한 14번째 우승이라는 점. 40세 이후 가장 많은 승수를 올린 샘스니드(17승) 기록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63년 2월생으로 지난 93년 PGA투어에 입문한 싱은 40세가 되기 전인 지난 2003년 1월까지 12승을 거뒀으며 불혹의 나이를 넘긴 뒤 2003년 3월부터 3승(1월 1승), 지난해 9승을 기록했으며 올 들어 다시 2번 정상에 올랐다.
싱은 “끊임없이 노력했으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덕에 계속 우승할 수 있었다”고 비결을 밝혔다.
이번 대회에서도 그의 포기하지 않는 정신이 빛났다.
11언더파 공동선두로 이날 경기를 시작했던 싱은 2번홀에서 1.2m의 짧은 버디 퍼트를 놓친 뒤 내내 퍼팅 부진에 시달리며 지루한 파 행진만 거듭했다. 그러나 크게 성질 내지 않고 내내 기다리던 그는 결국 14, 15번홀에서 줄버디를 하면서 2타를 줄였다.
연장전에서도 싱은 티 샷이 러프에 빠졌지만 댈리의 잇따른 실수를 지켜 본 뒤 안정된 파 플레이로 결국 우승 트로피를 차지했다.
한편 톱10 진입의 기대를 한껏 부풀렸던 나상욱(22ㆍ코오롱 엘로드)과 위창수(33ㆍ테일러메이드)는 이날 나란히 4오버파 76타로 부진 각각 공동39위와 공동57위로 처졌다.
합계 1언더파 287타를 기록한 나상욱은 “이날 내내 운이 따르지 않았다”며 안타까워했다. 위창수의 합계 스코어는 3오버파 291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