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지난 2003년 외환은행 매각을 주도한 핵심 인물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과 이달용 전 부행장을 비롯해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과 론스타의 법률자문회사인 김앤장의 고문이었던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논란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
헐값 매각 논란의 핵심 사안은 ▦외환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기준선인 8% 아래인 6.16%로 의도적으로 낮췄는지 여부 ▦금융산업개선법에 따라 은행 대주주가 될 수 없는 사모펀드 론스타에 외환은행을 넘길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준 경위 등이다. 이중 이강원 전 행장과 이달용 전 부행장은 BIS비율 조작 여부를 밝혀줄 것인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미 숨진 외환은행의 허모 차장이 누구의 지시로 BIS비율을 6.16%로 산정하도록 자료를 만들었는지가 핵심 규명대상이다.
특히 이강원 전 행장은 ‘이헌재 사단’의 여의도 금융인맥으로 외환은행 매각 당시 론스타의 법률자문회사인 김앤장 고문을 지냈던 이헌재 전 부총리와 함께 어떤 역할을 했는지 주목받고 있다. 이 전 행장은 2002년 LG투신운용 사장에서 외환은행장에 전격 선임된 인물. 외환은행장에서 물러난 뒤에는 2005년 신설된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을 맡았지만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다 올 7월 스스로 물러났다.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외환은행의 대주주가 될 수 있도록 재정경제부가 물꼬를 터줬다는 점에서 당시 매각 실무를 주도한 변양호 전 국장의 역할도 관심 대상이다. 당시 감독당국은 부실금융기관의 정리 등 특별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금산법 규정 예외로 인정된다는 은행법 시행령을 들어 외환은행이 론스타로 매각될 수 있도록 길을 터줬다. 그러나 당시 외환은행은 법적으로 부실금융기관으로 결정된 적이 없다는 점에서 감독당국이 예외조항까지 들어 론스타에 인수 대상자로서 자격을 부여하는 데 어떤 근거가 작용했으며 외부의 영향력은 없었는지가 명확하지 않다.
특히 변 전 국장은 이 전 부총리의 경기고 후배이면서 과거 재경부에서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다. 즉 이 전 외환은행장과 변 전 국장 등이 모두 이헌재 사단의 핵심 멤버이다. 여기에 관가와 금융권의 실세 중 실세인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론스타로의 매각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