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24일 사흘간 예결특위를 본격적으로 가동, 총 92조9,000억원 규모의 새해 예산안에 대한 정책질의를 마치고 25일부터 29일까지 부별심의에 들어갈 예정이다.그러나 여야가 언론대책문건과 옷 로비의혹 등 정쟁에 휘말려 예결위마저 예산심의보다는 여야간 정치싸움의 무대로 변질되고 있다.
특히 여야는 최근 일부 상임위에서 예산증액을 요구해 눈총을 받았다. 이들 상임위에서 증액을 요구한 예산이 본예산에 반영되기 위해서는 결국 재해에 대비한 예비비 등 이른바 의원들의 지역 민원성과 관계없는 예산이 삭감될 가능성이 높아 선심성 편성 우려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이 삭감된 예산은 결국 해당연도에 가서 추경예산 편성 등으로 되살아날 수 밖에 없어 결과적으로 세출억제에 실패, 적자재정을 부추기는 부작용을 낳아 국민의 혈세만 축낼 가능성이 높아 「국회무용론」이 다시 대두되고있다.
이에 따라 여야 대치로 뒤늦게 시작된 새해예산안 심의가 무분별한 폭로전과 감정섞인 여야 대립으로 새해 예산안 정책질의는 졸속 심의되는 등 뒷전에 밀렸다.
여야는 내년도 총선을 앞둔 정국 주도권 장악을 위해 생사를 걸고 대치국면을 이어가고 있는데다, 야당은 쟁점인 문건 국정조사와 선거법 개정문제를 핵심으로 하는 정치개혁입법과도 연계시킬 태세여서 예산산 처리 법정 시한(12월2일)을 넘길 가능성이 크다.
국회 예결위는 이날 김종필(金鍾泌)총리, 강봉균(康奉均) 재경장관 등 관계국무위원들을 출석시킨 가운데 사흘째 정책질의를 벌였다. 하지만 야당의원들이 전날에 이어 국무위원의 답변을 들은뒤 옷로비 사건 수사와 관련해 공세의 표적을 사직동팀과 청와대 박주선(朴柱宣) 법무비서관쪽으로 맞춰 옷로비 의혹사건 공방이 이어졌다. 지난 23일 예결위에서는 최병모(崔炳模) 특별검사팀의 수사가 진행중인 옷 로비 의혹사건 공방을 벌였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날 연정희(延貞姬)씨가 배정숙(裵貞淑)씨에게 넘긴 문제의 옷로비 문건의 궁극적인 출처가 사직동팀일 것으로 판단,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아 예산심의는 뒷전에 밀렸다.
따라서 여야는 예산안 정책심의보다 내년 총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전략에 따른 정쟁으로 민생을 외면하고 있다는 국민의 비난여론이 커지고 있다.
양정록기자JRYA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