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근로자 소득 제자리였는데… 생활비 지출은 크게 늘었다

월세 14%, 병원비 15%, 가전구입비 23%↑…외식·공연관람비용 등은 증가폭 줄어 대조적


지난해 근로자들의 소득은 제자리걸음이었지만 월세, 병원 치료비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비용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외식이나 공연관람 등 풍족하고 여유로운 생활을 위해 쓰는 비용은 예년보다 증가폭이 크게 줄면서 살림살이가 더욱 팍팍해진 것으로 분석됐다. 1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한해 동안 도시근로자 가구의 실질소득은 전년보다 1.7%, 실질 소비지출은 1.3% 늘어나는 데 그쳤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예년보다 더 벌지도 못하고 더 쓰지도 못한 셈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지난해 기초적인 생활영위에 필요한 비용은 되레 늘어 가계에 만만찮은 부담을 안겼다. 우선 가계지출의 핵심인 월세가 전년보다 무려 14.3%가 늘면서 서민들의 허리띠를 조이게 만들었다. 지난 2004년의 월세 증가율이 6.7%에 그친 점을 감안하면 오름폭이 2배나 늘어난 셈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8ㆍ31 등 부동산시장 안정대책의 여파로 전셋값이 오르고 이것이 다시 월세가격을 올리는 데 한몫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밖에도 연이은 고유가의 여파로 2004년 1.6%에 불과했던 연료비 지출액도 지난해에는 무려 8.4%로 치솟았다. 가전제품을 사느라 쓴 비용도 급증했다. 2004년 2.9%에 불과했던 가정용 기구 지출액 증가율이 지난해 무려 23.0%로 뛰었다. 통계청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사상 최대의 무더위가 온다’는 이유로 에어컨ㆍ냉장고 교체 수요가 크게 늘어난 탓”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불확실한 소문이 떠돌면서 안 써도 될 곳에 돈을 더 쓰게 된 셈이다. 병원치료 비용도 크게 늘었다. 한달 평균 5만7,100원을 부담하던 의료서비스 지출액이 지난해에는 6만5,800원으로 뛰면서 15.4%의 증가율을 보였다. 하지만 매년 증가세를 보여온 외식비는 크게 줄었다. 2004년 10%대의 증가율을 보였던 외식비는 지난해 들어 1.4%의 낮은 증가세를 보였다. 금액으로도 한달에 쓰는 외식비가 고작 3,800원(27만500원à27만4,300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교양오락 서비스 비용도 두자릿수 증가세가 다시 한자릿수(10.1%à6.3%)로 꺾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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