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금융당국이 지난 9월 출범한 상하이 자유무역구(FTZ)에서 외국인들이 위안화 표시채권을 발행해 중국 내 자금을 유치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했다.
신화통신 등 중국 언론에 따르면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PBOC)은 3일(현지시간) 30개 항목으로 구성된 '상하이 FTZ 내 금융지원에 대한 의견'을 공개했다. 주요 내용은 ▲위안화 역외사용 ▲자본계정 태환 ▲금리자유화 ▲외환거래 관리 등이다.
PBOC는 상하이 FTZ에 진출한 외국 금융기관이 위안화 표시채권을 발행해 중국에서 자금을 유치할 수 있도록 하고 상하이거래소를 통한 증권투자도 개방하는 한편 중국인 투자자 역시 해외자산에 직접 투자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 밖에 외국 금융기관이 역외 위안화를 끌어와 중국에서 대출하는 것도 허용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외국인의 중국 내 투자 및 자금조달 조건과 함께 중국인의 해외투자 규제도 대폭 완화한 것이 이번 개혁방안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WSJ는 "그동안 풍부한 위안화 예금을 확보한 중국계 은행에 밀리던 외국 은행들의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개혁안은 상하이 FTZ에서만 적용되며 정확한 시행시기와 세부규정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이 자본유출입에 가하던 엄격한 규제를 푼 진일보한 조치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동안 해외 투자가들의 중국 투자는 적격외국인투자기관(QFII) 등을 통해서만 제한적으로 가능했으며 중국인도 적격국내투자기관(QDII)을 이용한 해외 간접투자만 할 수 있었다.
린이푸 전 세계은행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은 (상하이 FTZ를 시험 삼아) 단계적으로 금융시장을 개방할 것"이라며 "시험이 성공하고 조건이 무르익으면 국내 다른 지역으로도 이 같은 개혁을 확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금리 및 외환거래 부문의 개혁은 상대적으로 미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혁안은 일부 금융기관의 예금금리 상한선만 철폐하고 이마저도 외화예금에만 적용됐다"고 지적했다. WSJ는 "중국 금융당국은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상하이에서도 위안화 환율을 강력히 통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