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롄투신 채무불이행] 세계금융계 촉각

세계가 중국 국제신탁투자공사들의 대규모 채무 불이행(디폴트) 선언 가능성을 놓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중국 북동부 랴오닝성 다롄시의 외국환 업무회사인 다롄 국제신탁투자공사(DITIC)가 18일 수백만달러의 채무를 지불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려가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DITIC의 채무 불이행은 지난 11일 중국 정부가 자산의 두배에 가까운 43억달러의 부채로 파산위기에 빠진 광둥국제신탁투자공사(GITIC)를 정식 청산한데 이어 나온 것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다롄과 광둥의 상징성을 주목하고 있다. 다롄은 중국 북동부의 대표적인 대규모 항구도시이자 공업도시다. 광둥 역시 중국내에서 경제성장이 가장 높은 지역중 하나다. 비교적 경제활동 여건이 좋은 지역에 있는 국제신탁투자공사(ITIC)의 상황이 이렇다보니 다른 지역 ITIC들 역시 줄줄이 파산으로 몰릴 가능성이 급증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는 셈이다. 일부 서방은행들은 『중국 정부가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금융부문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며 『중국 전체 ITIC 240여개가 40여개로 급감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당초 ITIC은 2,000여개에 달했으나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10% 정도인 240여개로 줄어들었다. 결국 한국의 도(道)격인 중국의 일반 성(省)들은 1개의 ITIC만 가지게 될 것으로 보여 경영난에 빠져있는 대다수 ITIC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파산될 공산이 크다. 샹하이청(項懷誠) 재정부장도 최근 『효율적인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ITIC들은 폐쇄될 것』이라고 말해 국제 금융계를 술렁거리게 했다. 실제로 또다른 중국내 대표적인 공업도시인 톈진의 ITIC도 1억달러에 가까운 채무를 이행하지 못해 곧 도산할 위기에 빠져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ITIC들의 파산 위기는 중국 기업문화 특성에서 비롯됐다. 일명 「관시(關係·인간관계)」가 중요시되다 보니 이면 계약이 많았고 중앙정부의 지급보증이 없는 경우가 빈번하다. 게다가 상당수 ITIC들이 일종의「계(契)」형태를 띄고 있는 등 부실경영이 심각해 대규모 ITIC 파산 시나리오의 신빙성을 높여주고 있다. ITIC를 보유하고 있는 주체는 다양하다. 광산노동자 노동조합, 교육자조합, 중국 여성동맹 등 국제금융과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집단들이 운영중인 ITIC의 숫자는 부지기수다. 결국 이들보다 국제금융 경험이 있고 여건이 나은 지방 정부나 대도시들의 ITIC이 무너질 지경에 놓이다보니 대다수 ITIC들도 파산할 공산은 매우 높은 편이다. 미 브루킹스 연구소는 『중국의 은행들과 지방정부들은 중앙정부의 각종 규제와 간섭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ITIC를 편법 운용해왔다』며 『ITIC의 거래중 상당수가 문제점을 이미 안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도 ITIC에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ITIC 등 금융기관들의 중국 외환거래에 대한 통제를 강화했으며 외화 부채를 상환하기 위한 목적으로 인민폐를 빌리는 것도 금지했다. 게다가 외국기업의 외환거래마저 통제하고 파산 ITIC 채무에 대해 정부가 책임질 의무가 없다고 밝혀 중국에 진출해있는 서방 금융기관과 기업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자칫하면 이익은 고사하고 본전도 챙기기 힘들 판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ITIC들과 관련된 서방은행들과 기업들은 다양한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들은 『중국은 정부 규제와 애매한 법률 규정 등 불투명성이 심각, 기업환경이 좋지 않은 시장이나 정부가 외자도입에 적극적이었고 높은 경제성장률이 이같은 단점을 매꿔줬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중국 정부가 외환거래와 시장 진입에 규제를 강화, 기업운영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투자중단 압력을 가하고 있다. 특히 GITIC, DITIC에 가장 많은 대출금이 물려있는 일본은 중국에 대한 신규 대출을 재검토하겠다는 으름장을 부리고 있다. 민간 금융기관들은 중국 정부가 ITIC 채무에 대한 분명한 보증을 내놓지 못할 경우 소송도 불사할 방침이다. 세계적 신용평가사인 무디스와 스탠더드 앤 푸어스(S&P)도 중국 금융기관의 신용등급과 국가등급 조정에 착수할 기미를 보이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중국이 파산 ITIC 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할 경우 대외신인도가 하락, 가뜩이나 영업난에 시달리고 있는 부실 금융기관 전체가 흔들려 중국이 무서운 재앙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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