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에 이어 올 초봄에는 법정스님이 입적했다. 종교계의 큰 어른 두 분이 세상과의 만남에 끝을 맺었다. 만나고 헤어지는 것이 세상사라고 하지만 왠지 서늘해지는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사람이 살아가는 것은 만남의 연속이다. 뜻이 잘 맞는 사람과 교감을 이루고 작은 대화라도 나눌라손 치면 가슴 한 편에서 울려오는 설렘을 감추기 어렵다. 만남이 이어져 깊은 인연이라도 맺어지면 더 큰 기쁨을 느낄 수 있다. 아마도 이러한 소소한 만남과 인연들이 모여 인생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하는 것이 아닐까.
인생에서의 성공도 어찌 보면 수많은 사람들과의 좋은 만남을 나의 인연으로 만들어가는 데 있지 않나 싶다. 실제로 성공을 한 많은 사람들의 곁에는 태어난 곳에서, 배움을 같이 한 곳에서, 그리고 같은 일터에서 좋은 만남과 인연이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단순한 스침도 우연이 아니라는 말처럼 같은 일터의 구성원으로 만난다는 것은 큰 인연이다. 그 때문인지 내게 주어진 일터에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한다고 가끔은 싫은 소리를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대부분 오랜 사회생활을 통해 체득한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그런데 업무 효율을 높이고 개인의 능력을 발휘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건넨 몇 마디가 상대에게는 감성적으로 부담과 불편으로 느껴질 때가 있는 것 같다.
특히나 많은 직장인이 직장 스트레스로 심리적 신체적 이상을 겪는다는 설문 결과를 보니 나의 진심 어린 조언이 혹여 잔소리쯤으로 둔갑하지 않았을까 하는 노파심이 생기고 만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누구나 한번쯤은 겪었을 법한 일이다. 내 속마음은 그렇지 아니하니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내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일이니 그냥 그렇게 지나가는 수밖에 없지만 상대도 이성적으로는 소중한 인연으로 생각할 것이라는 기대를 놓을 수 없다.
선배들의 조언 속에 소주 한잔 기울이던 오래된 그 시절이 문득 그립다. 그리고 지금 그 인연들의 곁에 있어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