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가 첨단기술 해외유출 막아

비오이하이디스 파업 80일끝에 3,200여개 특허기술 지켜
대만업체에 3년간 회사매각 금지도 약속받아

‘노조가 대만으로 넘어가려던 한국의 첨단기술 유출을 막아냈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하이닉스반도체에서 분사된 비오이하이디스 노조원 600여명은 지난 4월부터 80여일간의 파업 끝에 대만으로 넘어갈 수 있었던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용 광시야각 기술(AFFS) 등 3,200여개 특허기술을 지켜냈다. 비오이하이디스 노조는 이달 1일 총파업을 끝내면서 회사 측으로부터 ‘기술유출 방지’와 ‘3년간 회사매각 금지’ 약속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정남일 하이디스 노조위원장은 “우리의 원천기술이 유출되면 우리 모두 죽는다는 각오로 싸웠다”며 “단순히 돈 몇 푼 받자고 했다면 80일 동안의 파업을 유지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하이닉스반도체의 자회사였으나 2003년 중국의 비오이테크놀러지그룹으로 매각됐었다. 당시 비오이가 노린 건 하이디스의 TFT-LCD와 관련된 AFFS 기술 이전. 이 기술은 LCD(액정) 화면을 측면에서도 잘 보이게 하는 것으로 국내에서도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비오이그룹은 2006년 하이디스 자금난 해소를 위한 지원금(500억원)을 조건으로 AFFS를 비롯한 이 회사의 3,200개 특허 인수를 요구했으나 노조와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거부로 무산됐다. 비오이는 이후 한달 뒤 적자 등을 이유로 하이디스에 대한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결국 올해 대만의 PVI가 최대 지분을 가진 ‘프라임뷰 컨소시엄’에 회사를 넘겼다. 이번 파업은 PVI가 하이디스를 인수한 데 따른 임금인상 및 고용승계 등이 주된 이유였지만 노사합의문에 기술유출 방지 조항을 삽입한 건 극히 이례적이다. PVI 측은 파업기간 동안 노조가 요구한 ‘기술유출 금지’는 절대 받아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으나 결국 노조 요구를 수용해 ‘기술이전 포기’를 확약했다. 한편 국가정보원 등에 따르면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기술유출 적발건수는 총 124건에 달했으며 전기전자 및 정보통신 분야에 집중됐다. 당국은 전자를 비롯해 자동차ㆍ조선 등 산업 전반에 걸쳐 인수합병 등을 통한 합법적인 기술이전 시도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