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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고(高)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한국 배치를 둘러싼 움직임이 보다 분주해졌다. 우선 미국이 중국 설득에 나선 모양이다. 사드가 중국 견제용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드에서도 중국이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탐지 레이더. 최대 탐지 반경이 1,800㎞인 X밴드 레이더 AN/TPY-2를 통하면 중국 대륙에 대한 감시가 한층 정확하고 수월해진다. 중국은 여기에 '균형론'을 들어 반발하고 있다. 공격수단인 핵무기를 지닌 미국이 감시 및 방어 수단(사드)까지 갖추면 창과 방패를 동시에 갖게 돼 동북아의 안보질서가 변한다는 것이다.
중국의 논리는 지난 1972년 미국과 소련의 요격미사일(ABM) 협정과 맥락을 같이한다. 당시 미소 양국은 상대방이 발사하는 대륙간탄도탄(ICBM)을 공중에서 맞히는 요격미사일 발사기지를 두 곳으로, 배치 수량은 200기로 한정한다는 협정을 맺었다. 방어용 무기를 제한한 배경에는 선제공격을 받은 쪽이 전멸당하지 않고 보복에 나설 수 있는 최소한의 능력을 보장함으로써 핵전쟁을 막자는 '공포의 균형(balance of terror)' 개념이 깔려 있다. 한반도의 사드는 암묵적으로 유지돼온 균형을 깨는 요인이라 게 중국의 주장이다.
미국도 한반도 사드 배치가 당면 과제다. 산골짜기에 배치되는 한국 군 부대와 달리 대규모 부대가 한 곳에 주둔하는 미군의 진지 개념 아래에서 평택기지는 사단급 이상이 한꺼번에 모인 전략적 요충이다. 북핵과 미사일 대응은 부수적이고 주한미군과 그 가족의 안전을 위해 사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평택기지가 글로벌 전략의 한 축을 담당하는 한 미국은 사드 배치를 포기하기 어렵다.
미국과 중국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새로운 소식이 들린다. 중국이 우려하는 X밴드 레이더의 탐지 각도를 중국 쪽으로 돌리지 않겠다며 설득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동구공산권 몰락 이후 체코와 폴란드 등에 미사일 방어체계를 구축하면서 러시아에 적용했던 방식과 비슷하지만 문제는 신뢰다. 이동이 가능한 이 레이더의 각도 조정은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아 중국이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미국와 중국 간 갈등에 끼어서 난감한 처지인 한국에서도 변화 조짐이 엿보인다. 안보는 미국, 무역은 중국 의존도가 큰 상황에서 분명한 입장표명을 피하던 정부가 사드 배치 쪽으로 기우는 분위다. 한민구 국방장관은 국정감사 답변을 통해 '사드를 안보 관점에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 양국이 전시작전권 전환시점 연기와 사드 배치를 맞교환하는 빅딜을 시도 중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주한미군의 용산기지 일부 잔류도 빅딜에 포함될 수 있다. 보다 확실한 윤곽은 이달 말께나 나올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