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두(話頭·참선수행을 위한 실마리)를 붙잡는 심정으로 비행기 조종을 합니다. 엉뚱한 생각을 하면 기수가 딴 곳으로 돌아가고 말아요."
국내 첫 비구니 조종사 현해 스님(51)은 마음을 가다듬어야 한다는 점에서 비행과 수행은 통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2011년 패러글라이딩을 통해 처음으로 하늘을 직접 경험한 그는 올 7월부터 본격적으로 비행기 조종을 배우기 시작해 10월23일 드디어 경량항공기 조종사 자격증을 땄다. 시험과 실습을 통해 항법을 비롯한 비행이론ㆍ기상 등을 공부하고 60시간의 실제 비행경험도 쌓았다. 그는 "비행을 배우고 실제 조종을 하게 되니 더 부지런해지고 몸가짐도 더 조심하게 되더라"고 비행소감을 말했다.
그는 조종사 이외 무술인의 경력을 갖고 있다. 그는 1990년대 중반까지 '타이거 문(달밤의 호랑이)'으로 불리는 무도인이었다. 여성 무술시범단 '영웅여걸'의 팀장이었던 그가 무술이 워낙 뛰어난데다 호랑이띠이자 성이 문씨인 점에 착안해 남들이 붙여준 예명이었다.
국내 스턴트우먼 1세대인 그는 태권도 4단, 우슈 4단, 킥복싱 5단, 격투기 5단, 진짜 칼을 갖고 하는 무술인 거합도도 5단이다. 킥복싱 동양챔피언으로 15차 방어전까지 치렀다.
'영웅여걸' 시절 방송과 영화 출연에서부터 고아원ㆍ양로원ㆍ야간업소 공연까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어디든 달려가 화려한 무술실력을 뽐냈다. 한때는 언론매체에도 자주 소개되면서 유명세도 탔다. 그러던 어느 날 이런 생활에 염증을 느끼기 시작했고 결국 아는 큰스님의 권유로 출가했다. 1995년 충남 온양의 작은 절에서 출가한 뒤 직지사에서 사미니계를 받았다.
이후 10여년 동안 정처 없이 전국 사찰을 다니며 공부했다. 동국대 불교대학원에서 불교지도자 과정, 미술치료 지도자 과정도 이수했고 미국 시카고에서 태권도로 포교 활동도 했다.
수행 중 패러글라이딩에 빠져 결국 비행기 조종사 자격에도 도전해 성공했다. 그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세계의 주요 불교 성지를 비행기로 순례하는 꿈을 위해서다.
그는 "비행기를 몰고 독도와 제주도에서 시작해 일본과 중국을 거쳐 부처님의 탄생지인 룸비니까지 돌아보는 게 목표"라며 "결코 쉽지 않지만 어떤 일이 있어도 꼭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