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글로벌 금융위기가 예상보다 심각하다"며 "중국의 경제정책은 딜레마에 빠져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딜레마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현재의 경제기조를 견지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원 총리는 지난 3일 중국 허난(河南)성 창사(長沙)시에서 열린 한 경제포럼에서 "중국의 현재 경제여건은 매우 건전하지만 글로벌 경기상황은 극도로 혼잡한 양상"이라며 이처럼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원 총리의 발언이 중국의 6월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2.1을 기록, 2개월 연속 하락하는 등 경기가 둔화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 그 의미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PMI 하락은 중국의 경기선행지수 상승폭이 둔화됐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 경제가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며 글로벌 경기회복을 주도해 온 만큼 중국의 경기 둔화 조짐은 새로운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오는 15일 발표되는 중국의 2ㆍ4분기 경제성장률도 1분기(11.9%)보다 낮은 10% 정도에 머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원 총리는 중국 정부가 지금의 고도성장 추세를 이어가면서 인플레이션도 차단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도 현재의 경제정책 기조를 유지해 안정적이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겠다"면서 "'중요하고도 긴급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정책적) 유연성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구체적인 방안 등은 언급하지는 않았다.
원 총리는 최근까지 중국 경제에 대해 낙관적 시각을 유지해 왔기 때문에 이번 발언은 다소의 온도차이를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원 총리는 지난달 28일부터 29일까지 이틀간 열린 심포지엄에서 "중국 경제가 예상된 궤도를 따라 순항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언론들은 당시 "이 발언은 중국 정부가 긴축기조를 계속할 것임을 시사한다"라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는 올 들어 부동산 가격 급등 등 경기과열을 막기 위해 긴축정책을 점진적으로 강화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