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어려웠던 우리 경제가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지난 4월부터 두달째 수출이 늘고 있으며 수출신용장 내도액도 증가세로 돌아섰다. 올들어 신용장 내도액은 지난 3월말까지 1백68억9천만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6.9%나 감소했다. 그러나 4월중에는 59억2천만달러로 작년 같은 달에 비해 0.1% 증가로 반전한데 이어 5월중에는 61억4천5백만달러로 3.0%나 급증했다. 대기업들이 연이어 쓰러지고 은행의 부도방지 협약으로 겨우 연명하는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척이나 반가운 소식이다. 해외부문에서 불황의 터널 끝이 보이고 있는 느낌이다.우리경제에 대한 또 하나의 청신호는 그동안 대외 경쟁력을 옥죄고 있던 비싼 땅값, 높은 금리, 고임금 등 소위 「3고 현상」이 개선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침체의 여파로 땅값은 떨어져 안정돼 있다. 금리도 하락세로 돌아 섰으며 이번 춘투에는 임금인상 요구도 줄었다.
○「3고 현상」 개선의 조짐
수출이 증가세를 회복하면서 지난 4월부터는 생산이 늘고 가동률도 82.5%로 높아졌다. 작년 3월이래 최저수준을 기록했던 지난 1월의 생산증가율도 4월 들어서는 다시 올라서 완연한 회복국면이다.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엔화가 강세로 전환되면서 하반기부터는 우리 상품의 수출증대효과가 가시화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성장률도 당초 예상보다 호전 될 것이라는 내용을 담은 수정 전망치를 내놓고 있다. 성장률은 5.5∼5.9%, 경상적자는 1백70억∼1백90억달러가 되리라는 것이다.
우리경제는 해외사정의 영향을 크게 받아왔다. 「미국이 기침하면 일본이 재채기를 하고 한국은 감기에 걸린다」고 비유되던 때도 있었다. 이 무렵에는 경기변동의 시차가 6개월 정도였으나 지금은 단축되어 세계경제가 경기변동에 동시성을 보이고 있다. 후발 공업국과 체제 전환국가도 함께 뛰어 세계경제가 동시에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4월 준(반년)연차보고서를 통해 「세계경제는 금년에 지난 10년이래 최고의 호경기를 기록할 것이며 이같은 상태는 앞으로 2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만 불황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허덕여 왔다.
○경기의 양면성 바로 봐야
어떻든 수출이 증가하고 경기가 회복될 만큼 해외여건이 좋아진 것은 환영할 일이다. 해외 여건중에서도 엔화강세는 수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수출이 늘어나면 국내경기도 좋아지게 마련이다. 과거 엔고일때 우리경제는 활황이었고 반대로 엔저일때는 활력을 잃었다. 따라서 이번 엔강세를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그러나 환율이란 항상 변동하는 것이다. 우리가 다른 나라의 환율 변동에 일희일비 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경제구조를 개선하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 그렇다고 엔고의 기회를 외면할 이유는 없다. 문제는 우리의 대외경쟁력이 약한데 엔고에만 매달린다는 것이 불안하다는 것이다.
○엔 기회,구조 조정 박차를
이같은 관점에서 경기회복을 반가워하기에는 아직도 이르다. 지난 4월 생산증가율이 10.7%로 작년 10월이래 가장 높아졌다고는 하나 부문별로는 중화학공업이 14.7% 증가된데 반해 경공업은 4.2% 감소했다. 금년1·4분기보다는 경공업의 감소율이 다소 줄었지만 지난해 1년동안의 2.5%의 감소율보다 경공업의 감소율이 가속화되고 있다. 그런 탓만은 아니지만 체감경기는 아직도 겨울이다. 어음부도율도 지난 15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업 수익성도 좋지 않다.
우리의 수출구조는 고비용으로 인해 대외경쟁력이 있는 몇 안되는 「효자산업」에만 의존해 왔다. 지금부터는 다수의 품목을 고부가가치화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경공업의 구조개선 노력도 필요하다. 또 정보산업에 있어서도 설비투자 부문에만 주력하기보다는 다양한 정보서비스를 개발, 종합적인 산업내부구조를 고도화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정부는 지금 통화를 여유있게 공급하고 금리하락을 유도, 경제회복을 지원하고 있다. 부도방지협약이나 통화공급의 확대는 경기회복에 필요한 조치다. 그러나 대선을 앞두고 성장회복을 위해 통화금융을 방만하게 운용해서는 안된다. 시급한 것은 산업의 경쟁력 강화다. 외형성장의 회복을 서둘러서도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