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 무인주차장 인기

서울시설공단 지난해 환승역 6곳에 시스템 설치
"싸고편리" 이용 늘어 흑자기록…도심·지방으로확산




서울 광진구 이모(30)씨는 주말마다 도봉산 산행을 즐긴다. 북한산이나 수락산을 외면하고 도봉산만을 고집하는 이유는 저렴하면서도 편리한 주차장 시설 때문. 3시간 산행에서 돌아오면 사설주차장 주차비는 1만원을 훌쩍 뛰어넘지만 도봉산역 공영주차장은 1,800원이면 거뜬하다. 이씨는 “주차요금이 10분당 100원에 불과한 데다 출차할 때 기다릴 필요가 없어서 ‘느긋하게’ 산행을 즐길 수 있다”고 흐뭇해 했다. 서울시내 무인주차장들이 저렴한 가격과 편의성으로 시민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무인시스템 도입으로 인건비 부담을 줄이고 티머니와 신용카드 등 간편한 결제 시스템까지 갖춰 수익성과 공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은 것. 대표적인 공영 무인주차장은 잠실역ㆍ창동역ㆍ구로디지털단지역ㆍ수서역ㆍ도봉산역ㆍ개화산역 등 6개 지하철역에 자리한 환승주차장. 평균 이용료는 10분당 100~300원대에 불과, 10분당 500원~2,000원대의 사설 유료주차장보다 훨씬 저렴하다. 서울시설관리공단은 지난해 7월 13억8,000만원을 투입, 6개 환승주차장에 무인시스템을 일괄 도입했다. 이후 공단은 주차장 관리인원을 74명에서 36명으로 줄이고 주차요금을 최대 300원으로 낮췄음에도 불구하고 만성 적자였던 공영주차장을 흑자로 끌어올리는 성과를 거뒀다. 공단 교통운영팀에 따르면 평균 17% 안팎의 적자에 허덕이던 6개역 환승주차장은 지난해 7월 무인시스템 도입 이후 연말까지 모두 25억4,900만원을 거둬들여 지출분 23억6,700만원 대비 2억원(수익률 8%) 가량 흑자를 기록했다. 주요 환승역이나 공항 등에서 편이성과 수익성을 인정받은 무인 주차시스템은 서울 도심과 지방으로 급속히 파고들고 있다. GS강남타워와 서초교보타워, 테크노마트 등을 비롯해 대구 반월당역 메트로시티와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 인천 문학월드컵경기장 등이 무인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대표적인 건물이다. 특히 무인시스템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곳은 테크노마트. 지난 1998년 개장 당시 주차출구가 4곳에 불과한 데다 정산원이 일일이 주차요금을 받다보니 대기시간이 길어져 이용객의 민원이 쏟아졌다. 이듬해인 1999년 무인주차ㆍ정산시스템을 갖추면서 출구를 각 층으로 분리하고는 시간당 900대를 출차시킬 정도로 대기시간을 줄여 이용객의 호응을 얻고 있다. 테크노마트를 관리하고 있는 프라임산업의 한 관계자는 “무인시스템 도입 이후 요금시비 등 민원이 크게 줄었으며 주차장 회전율을 높일 수 있어 수익성도 개선됐다”고 말했다. 무인 주차시스템 업계에서는 기존 유인시스템을 무인시스템으로 교체할 경우 1년만 지나면 설비비용을 건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업계 선두업체인 A사의 한 관계자는 “기본적인 입ㆍ출차 시스템과 요금정산기를 갖추는 데 소요되는 비용은 1년치 인건비로 충당된다”며 “몇 년전까지만 하더라도 건물 소유주나 시공사가 초기비용을 우려해 무인시스템을 외면했지만 최근에는 설계 초기부터 이를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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