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화학연구원의 김정훈 박사팀은 지난 2008년부터 국내 최초로 멤브레인 정제법을 채용한 메탄정제시스템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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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에서 발생된 온실가스 메탄이 자동차 청정연료가 된다
매립지ㆍ축산폐수ㆍ음식물쓰레기 등 생활 곳곳의 각종 쓰레기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다. 온실효과 유발 정도가 이산화탄소의 20배에 달한다. 전세계에서 버려지는 연간 수십억톤의 유기성폐기물에 의해 연평균 3.3%의 온실가스 증대가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메탄은 고효율의 가연성가스로 화학의 힘을 빌려 고순도로 정제하면 자동차 연료로도 활용 가능한 청정에너지가 될 수 있다. 화석연료의 고갈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메탄의 연료화는 지구온난화 방지에 매우 획기적인 친환경 기술임에 틀림없는 것.
물론 이의 구현 과정은 결코 녹록지 않다. 유기성폐기물이 뿜어내는 가스 속에는 메탄 외에도 이산화탄소ㆍ황화수소ㆍ암모니아ㆍ질소 등 다양한 기체들이 함께 섞여 있는 탓이다. 메탄이 연료로서 가치를 지니려면 40~60%에 불과한 폐기물 가스의 메탄 순도를 97%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바로 여기에 불필요한 기체들을 제거하는 고도의 화학정제공정이 필요하다.
정제공정에는 흡수법ㆍ흡착법ㆍ멤브레인법 등의 방식이 있다. 하지만 흡수법은 플랜트 건설비가 비싸고 에너지 소비량도 많다. 폐액 발생의 우려까지 있다. 흡착법 역시 흡착제의 재생에 많은 비용이 투입되고 산소 유입시 폭발 위험이 있다는 등의 한계가 존재한다.
반면 멤브레인법은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메탄 연료화의 최적 공정으로 주목 받고 있는데 미국ㆍ캐나다ㆍ네덜란드에서 상용화되고 있다. 한국화학연구원 환경자원연구센터의 김정훈 박사는 "멤브레인 공정은 기체마다 투과성이 다르다는 사실에 착안, 첨단 고분자 분리막을 이용해 불순물을 정제하는 것"이라며 "투과성이 높은 이산화탄소ㆍ황화수소ㆍ수분 등은 막을 통과하고 메탄만 걸러져 별도의 저장탱크에 모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시스템은 조작ㆍ관리가 용이하며 플랜트 설치비용도 저렴하다. 용매를 쓰지 않아 폐액 발생의 우려도 없다. 이에 김 박사팀은 지난 2008년부터 폐자원에너지화․Non-CO₂온실가스사업단의 지원 아래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와 함께 국내 최초로 멤브레인 정제법을 채용한 메탄정제시스템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김 박사는 "현재 1분당 0.1㎥의 고순도 메탄을 생산하는 파일럿 시스템을 설치ㆍ운용하고 있다"며 "기술 안정화를 거쳐 내년에는 지금의 10배 수준으로 메탄 생산능력을 스케일업 해 수도권매립지 내 시범 메탄정제플랜트를 조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기서는 천연가스 차량 5~10대를 운용할 수 있는 메탄을 생산, 연료로 공급하게 되며 향후 전국 20곳 이상의 매립지로 메탄플랜트 건설을 확대할 방침이다.
온실가스를 청정연료로 환골탈태시키는 이 기술이 국내에서 상용화되면 우리는 온실가스 저감과 신재생에너지 생산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게 된다. 특히 천연가스의 주성분이 메탄인 만큼 생산된 메탄가스는 도시가스나 차량연료로도 쓸 수 있다. 이 경우 메탄을 태워 화력발전을 하는 것보다 3~4배 높은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김 박사는 "고분자막 모듈 등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소재ㆍ부품의 개발에도 뛰어들어 1~2년 내 메탄 분리막의 국산화를 기대하고 있다"며 "쓰레기로 자동차를 움직이는 영화 같은 상상이 우리나라에서 국산기술로 현실화될 날이 머지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