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국내 상장사들이 자원개발 사업을 할 경우 일정 기간마다 사업진행 상황을 의무적으로 공개하게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3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자원개발 사업을 하는 상장사들의 중간공시 의무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공시규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거래소는 개정안을 조만간 확정한 뒤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거쳐 연내 시행할 방침이다.
한국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9월과 10월, 올 3월 세 차례에 걸쳐 자원개발 업체에 지금까지의 사업경과 사항 등을 조사하고 공시하도록 권고했지만 이를 이행한 기업이 전혀 없었다"며 "지금까지는 공시를 유도하는 측면이었지만 앞으로 이를 일정 기간 이후 의무적으로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원회도 자원개발 업체 사업경과 내용 공개 등 공시체계를 바꾸기 위한 외부 연구용역을 발주할 계획이다. 연구용역에는 이외에도 배임ㆍ횡령 등 범죄경력자가 상장회사 임원으로 선임될 경우 과거 이력을 공개하는 등 기존 공시체계를 바꾸는 다양한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과 거래소가 공시체계 개편에 나서는 것은 감사원이 자원개발 업체와 관련한 공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이의 개선을 통보한 데 따른 것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지난 2008년 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자원개발 사업을 시작했다고 알린 77개 상장사 가운데 26곳은 해당 공시 뒤 1년간 사업진행 상황 등을 전혀 밝히지 않았다. 특히 이들 상장사가 진행하는 35건의 자원개발 사업 가운데 절반가량(16건)이 투자협상 결렬이나 사업타당성 부족, 지분취득 업체의 폐업 등으로 사업진행이 정체됐거나 중단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한 상장사의 경우 2009년 4월 해외 가스개발에 나선다고 공시했으나 아직까지 사업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 또 한 코스닥 기업도 2009년 자원개발 사실을 공시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퇴출되기도 했다.
이처럼 제때 공시가 되지 않으면서 실적이 부진한 자원개발 업체 임원이 횡령ㆍ배임죄를 저지르고도 다른 회사 대표로 선임되는 황당한 사례들도 나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