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 인수 가능성에 대해 부정해왔던 KB금융지주가 "매각조건 등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입장의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KB금융은 4일 조회공시답변에서 "지금까지는 검토한 바 없다"고 밝혔지만 이는 해석에 따라서는 '매각조건을 본 뒤 합병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고 해석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KB금융지주가 원하는 대로 우리투자금융 등을 분리매각하거나 가격이나 매각지분 등이 지난번 매각추진 때보다 부담이 덜할 경우 충분히 인수합병(M&A)에 뛰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우리금융의 합병 가능성에 대해서는 KB금융은 여전히 신중한 반응이다. KB금융 관계자는 "현재는 ING인수를 위해 전력을 쏟고 있는 상태"라면서 "우리금융의 경우 매각공고도 나오지 않았고 매각조건도 알지 못한 상태에서 무턱대고 인수전에 뛰어들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미 우리금융 인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안팎에서 많은 공격을 받아 상처를 입었던 만큼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미기도 하다. 그렇다고 인수전에 뛰어들지 않겠다고 100% 부인하기도 어렵다. "인수할 의향이 없다"는 조회공시를 낼 경우 자칫하다가는 매각 조건이 좋을 경우 아예 인수전에 뛰어들 기회조차 놓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KB금융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인수 여부를 검토하지 않은 게 맞다"면서도 "조건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설명했다. 인수절차를 밟기까지 여러 충족해야 할 조건이 마련돼야 인수전에 뛰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6일 '우리금융 매각 여건 점검'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한다. 공자위는 이 자리에서 매각주간사로부터 잠재 매수자 현황 등 시장 상황을 보고 받을 예정이다. 절차가 끝나면 상반기 중에는 우리금융 민영화에 대한 매각공고가 나갈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내심 합병 방식을 선호한다. 인수자의 자금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는 탓이다. 또 주식교환비율을 정하고 인수자의 기존 주식을 합병회사 주식으로 교환하기 때문에 별도의 자금 마련에도 부담은 줄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