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새로 사야 하는데 가격은 만만치 않고, 유지비에 세금까지 생각하면 머리가 아프다. 이럴 때 뭐 좋은 수가 없을까?” 고급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박영준(38)씨는 최근 고민에 빠졌다. 타고 다니던 자동차를 사고 때문에 폐차 처리한 후 새 차를 사야한는 형편이지만 가진 돈이 넉넉치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집은 전세 살아도 차만큼은 좋은 걸 타고 다녀야 한다”는 정서에서 자유롭지 못한 데다 명색이 사장인데 아무 차나 타고 다니려니 체면도 서지 않는다. 밤잠을 설쳐가며 싸게 차를 굴릴 방법을 찾던 박씨에게 혜성처럼 해결책이 등장했다. 그것은 바로 ‘오토리스(Auto-Lease)’다. 매월 정해진 사용료만 내면 차를 빌려 탈 수 있는 오토리스가 최근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할부로 차를 구입할 때보다 적은 돈으로 원하는 차량을 마음껏 골라 탈 수 있고 취ㆍ등록세를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초기 비용 부담도 적다. 게다가 2~3년의 계약기간이 끝나면 타던 차량을 구매하거나 다른 차로 바꿔 탈 수도 있어 오토리스는 더욱 매력적이다. 특히 법인ㆍ개인 사업자들은 차량에 들어간 돈을 자산이 아닌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어 소득세 절감 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 월 리스료에 추가로 비용을 지불하면 정비ㆍ보험 등 차량 유지관리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메인티넌스(Maintenance) 리스’는 복잡한 차량 관리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일반인, 특히 여성에게 큰 인기다. 렌터카와 비교하면 오토리스의 매력이 훨씬 더 크다. 오토리스의 자동차 번호판은 렌터카처럼 ‘허’자로 시작하지 않고 일반 번호판을 이용하기 때문에 ‘내 차’ 같은 편안한 마음으로 차를 몰 수 있다. 보험료도 저렴하다. 오토리스 고객은 렌터카를 이용할 때보다 통상 낮은 보험료를 낼 뿐만 아니라 개인 보험료율을 적용받아 고객의 보험 경력이 유지된다. 이 같은 강점을 배경으로 국내 오토리스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지속중이다. 시장 규모가 지난 해 말 3조 9,000억원으로 오토리스가 처음 등장한지 5년만에 규모가 20배 가까이 늘었다. 자동차의 개념이 ‘소유’에서 ‘임대’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학자 제레미 리프킨의 말을 빌린다면 이제 자동차 분야에서도 ‘소유의 종말’이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오토리스를 취급하는 캐피탈 업체들은 다양한 서비스로 ‘고객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오토리스 업계에서 절대 강자로 군림하는 업체는 현대캐피탈이다. 현대캐피탈의 오토리스 프로그램인 ‘클라스오토(KlassAuto)’는 고객별로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 차량 선택 범위가 넓을 뿐만 아니라 계약 만료 후에 자유롭게 반납할 수 있다는 게 최대의 장점이다. 또 눈에 띄는 것은 ‘클라스오토 리스승계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현대캐피탈 홈페이지에서 중도 해지된 리스차량의 계약 조건과 차량 상태 등을 확인하고 조건에 맞는 차량을 중개수수료 없이 승계받을 수 있도록 했다. 차량 가격의 20% 정도를 리스 기간이 끝날 때까지 지불 유예해 리스료 부담을 줄인 ‘클라스오토 유예 리스’도 인기다. 삼성카드도 오토리스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중이다. 특히 법인용 플릿리스(Fleet-Lease)는 다양하고 신속한 서비스를 자랑한다. 플릿리스는 ▦도어 투 도어 서비스(직원이 직접 방문해 고장 수리 등의 조치를 취한 후 고객에게 차량을 인도) ▦사고시 무상견인 ▦사고처리 지원 ▦정비관리 ▦세금관리 등을 맞춤형으로 제공한다. 이 서비스는 전국 700여개 애니카랜드를 통해 신속하게 이뤄진다는 것이 장점이다. LG카드는 오토리스 고객들에게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리스료를 카드로 결제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LG 오토리스 전용 플래티늄 카드’도 발급해준다. 또 영업 사원이 직접 고객을 방문해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리스 견적을 산출해주고, 신용조회를 통해 리스 실행이 가능한지 여부를 확인해주는 것도 LG카드만의 차별화된 오토리스 서비스다. 자동차금융 전문기업인 아주그룹에 인수된 대우캐피탈은 아주모터스, 아주오토렌탈(AVIS 렌터카), 아주오토서비스(전국 차량 정비 체인망) 등 아주그룹 자회사들과의 시너지 효과를 고객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특히 지난 해 시작한 대우캐피탈의 ‘메인터넌스 오토리스’는 국내 및 수입 승용차는 물론 타사에 없는 화물차 및 특수차량 등 모든 종류의 차량을 리스용으로 제공한다. 또 전국적인 정비 서비스망(400여개)을 갖췄다는 것도 매력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