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신(神)’으로 불리는 리오넬 메시(26ㆍ바르셀로나)도 ‘이탈리아 징크스’ 앞에선 더 이상 신이 아니었다.
바르셀로나에서 9시즌 동안 통산 301골을 쌓은 메시. 그러나 그는 21일(이하 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의 산시로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유럽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원정 경기에서 득점에 실패했다. 유효 슈팅조차 0개. 전날 밤 원정팀 호텔 앞에서 끈질기게 응원가를 부르는 AC밀란 팬들 탓에 불면에 시달렸다고는 하지만 90분간 0개는 너무했다.
AC밀란은 메시에게 향하는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의 패스를 원천봉쇄한 끝에 2대0으로 이기는 이변을 일으켰다. AC밀란이 바르셀로나를 꺾기는 9년 만에 처음. 바르셀로나의 홈 구장 캄프누에서 열릴 2차전(3월13일)이 남아있지만 현재로서는 AC밀란의 8강행으로 무게추가 기운다.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AC밀란 감독은 경기 후 “압박으로 패스의 길목을 끊어 메시의 움직임을 묶었다”며 “3대0으로 이길 수도 있었는데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메시는 그동안 이탈리아팀 중에서도 AC밀란과 인터밀란만 만나면 힘을 못 썼다. 지난 시즌 AC밀란과의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0대0)에서 조용했던 메시는 2차전(3대1 바르셀로나 승)에선 두 골을 넣었다. 하지만 두 골 다 페널티킥 골이었다. 이보다 앞선 AC밀란과의 조별리그 두 경기에서도 페널티킥 한 골이 전부였다. 인터밀란을 조별리그와 4강에서 만난 2009-10시즌에도 메시는 출전한 세 경기에서 한 번도 골망을 출렁이지 못했다. ACㆍ인터밀란과의 최근 8경기에서 페널티킥으로만 3골을 넣었을 뿐 필드 골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이탈리아팀인 AC밀란이 ‘거함’ 바르셀로나를 침몰시키자 이탈리아뿐 아니라 아프리카 가나도 신이 났다. 이변을 완성한 주인공이 모두 가나 출신인 케빈-프린스 보아텡(26)과 설리 문타리(29)이기 때문. 가나축구협회는 홈페이지를 통해 “가나 대표팀의 보아텡과 문타리가 바르셀로나를 무너뜨렸다”고 전했다.
AC밀란의 오른쪽 윙어 보아텡은 0대0이던 후반 12분 선제 결승골을 터뜨렸다. AC밀란의 중거리 슈팅이 크리스티안 자파타(AC밀란)를 맞고 흐르자 페널티 지역 정면에서 왼발로 골망 구석을 갈랐다. 후반 36분엔 스테판 엘 샤라위의 패스를 받은 왼쪽 미드필더 문타리가 페널티 지역 왼쪽에서 발리 슈팅을 꽂아 넣었다. 골 세리머니는 보아텡과 함께 추는 아프리카 특유의 흥겨운 춤이었다.
문타리와 보아텡은 동시는 아니지만 둘 다 잉글랜드 포츠머스에 몸담았었다는 공통점도 있다. 독일 베를린 출신으로 이중국적을 갖고 있는 보아텡은 21세 이하 대표팀까지는 독일 유니폼을 입다가 2010년부터 가나 대표팀에서 활약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