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만의 랜드마크 빌딩 '타이베이101' 인근에 자리 잡은 대만 최대의 서점체인 청핀(誠品)서점 신이점(信義店). 2층부터 무려 5개 층을 쓰는 이 거대한 서점의 운영방식은 그야말로 독특하다. 관문이라고 할 수 있는 2층은 베스트셀러 코너 중심으로 책을 가득 채워 서점의 구색(?)을 갖췄다지만 3층부터는 다르다. 의류와 패션잡화·문구 등이 훨씬 더 많은 공간을 차지하고 책은 일부분에만 자리 잡고 있다. 다른 층은 아예 푸드코트가 전체의 절반을 넘고 공연장과 고급 레스토랑이 대부분인 층도 있다. 서점이라기보다는 백화점에 가깝다. 실제 책과 잡화의 비중은 약 3대7. 심야에도 운영하는 24시간 책방이기도 한 이곳에는 책보다는 다른 물건을 사려고, 또는 그저 쉬거나 밥을 먹기 위해 들르는 사람이 더 많을 정도다.
#2. 서울 마포 상암동에 위치한 작은 서점 '북바이북'에서는 맥주를 판다. 종합서적을 판매하는 1호점과 소설 전문서점을 표방하는 2호점, 두 서점을 자매가 운영하는데 서점에서는 맥주도, 커피도 마실 수 있다. 그림 그리기, 글쓰기 등 소소한 강좌를 운영하는 것은 물론 미술전시나 공연도 한다.
서점이 달라지고 있다. 책을 신성하게 모시던 어르신들에게는 경천동지할 일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의외로 출판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변신을 두 팔 벌려 환영하고 있다. 지식과 문화를 판다는 엄숙주의도 좋지만 이 무거운 분위기야말로 가뜩이나 책 읽기를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의 발길을 멀어지게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연구원은 "요즘 북카페나 대안서점 등이 많이 생기고 있지만 아직도 그런 곳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찾는 곳에 불과하다"며 "서점이 부담스러워 가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책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이런 변화는 매우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타이베이=이재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