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니문 끝났다” 노동-정부 투쟁 본격화

조흥은행 파업을 신호탄으로 노동계가 본격적인 총파업에 돌입했다. 노동계는 오는 21일 전교조의 연가투쟁을 시작으로 내달 9일까지 줄줄이 예정된 총파업은 대부분 정부를 상대로 투쟁을 벌이는 것으로 노ㆍ정간의 투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참여정부가 들어서면서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던 노동계는 더 이상의 `허니문`은 끝났다며 정부와의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고 정부도 불법 파업에 대해서는 원칙대로 대처하겠다며 노조에 끌려 다니지 않겠다며 사뭇 비장한 분위기다. 특히 한국노총은 조흥은행을 시작으로 실력을 한 번 보여주겠다며 강도 높은 투쟁을 벼르고 있고, 민주노총도 정부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과 경제특구법 등을 강행한 것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다. ◇줄줄이 파업 대기=조흥은행 파업을 시작으로 다음 달 9일 민주노총 산하 보건의료노조 파업까지 거의 매일 굵직굵직한 파업이 예정되어 있다. 전교조는 오는 21일 NEIS 3개 영역을 중단시키기 위해 연가투쟁을 벌이기로 했다. 또 19일 건강보험노조가 1일 파업을 벌이고 23일에 국민연금관리공단 노조와 함께 총파업에 돌입한다. 24일에는 부산ㆍ대구ㆍ인천지하철 노조가 공동으로 파업에 돌입하고 25일에는 민주노총이 산하 사업장의 네 시간 시한부 작업거부와 함께 건강보험노조가 파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또 29일에는 철도노조가 파업을 예고하고 있고 한국노총산하 전국택시노련 10만여명의 택시노동자들도 30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다음달 2일에는 현대자동차 등 울산지역 금속연맹 등 대규모 공장노조들이 총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강경해진 노조=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노동계와 정부와 등을 돌렸다. 지금까지는 비교적 친노(親勞)정책을 기대하며 정부와의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지만 더 이상 참을 수는 없다며 정부와의 투쟁을 선언한 것이다. 특히 한국노총은 복잡한 내부 사정과 맞물려 더욱 강경해졌다. 한국노총의 한 관계자는 “한국노총 산하 조직이었던 지하철 노조가 민주노총으로 상위단체를 옮기면서 조직의 이탈이 심화될 것을 우려하면서 내부조직을 다지기 위해서는 강경한 투쟁을 해서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며 “조흥은행 파업을 시작으로 이번 파업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가 조흥은행 노조에 공권력을 투입하면 노사정위원회 등 정부기구의 참가를 탈퇴하겠다”며 “사상 유례없는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노조가 더욱 강경해지고 있는 것은 파업요구 조건의 변화에서도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노조가 주장하는 파업의 요구조건은 ▲경제특구법 시행 반대 ▲비정규직 차별 철폐 ▲주 5일 근무제 실시 ▲NEIS실시 반대 등 대부분 정부의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것으로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의 한 관계자는 “NEIS와 경제특구법 강행 등을 거치면서 정부가 노동계의 의견을 수렴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근본적인 변화가 있지 않는 한 투쟁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물러설 수 없는 정부= 정부는 노조와의 대화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간 물밑작업을 통해 수 차례에 걸쳐 노조와 대화를 했지만 의견차이를 느끼기만 했을 뿐 현실적인 타협이 어렵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조흥은행 매각은 공적자금 투입 극대화를 위한 민영화가 지연될 경우 대외신인도에 커다란 타격이 오고 경제특구법은 외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노동계의 희생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전용호기자 chamgi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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