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창] 위험자산 선호로 상승장 기대

조용준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

올 한 해 한국 증시는 변화의 시기였지만 큰 성과는 없었다. 글로벌 증시가 경기 회복과 위험에 대한 인식 개선으로 상승 흐름을 보일 때 상승의 변화에는 동참했으나 성과는 미미했고 글로벌 유동성 위축 같은 리스크가 부각될 때는 그 영향권에서 어쩔 수 없는 모습이었다.

지난 9월 외국인 순매수가 8조원 가까이 유입되면서 강한 상승세 보였던 때를 제외하면 대체로 1년 내내 그런 흐름이 지속됐다. 글로벌 경기 회복 기대 속에 일본 닛케이 지수가 올해 50% 이상 상승하고 미국과 독일이 20% 중반의 수익률을 보였던 것에 비하면 더욱 대비된다.

올해 글로벌 증시의 특징은 선진국 위주, 특히 각 지역별 중심 국가들의 선전이다. 같은 선진국에 속해 있더라도 북미에서는 미국이 캐나다보다 훨씬 좋았고 유럽에서는 독일이 가장 나은 수익률을 기록했으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일본이 단연 돋보이는 성과를 나타냈다.

2014년에는 경기 회복 흐름이 확산되면서 각 지역별 중심 국가들에 이어 주변 국가들의 상대적인 성과 개선을 기대해볼 만하다. 유럽에서는 자국 내 정치 불안으로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이탈리아가 주목된다.

한때 재정 부실 국가로 우려의 대상이었지만 매크로 리스크가 감소하고 있고 경기 반등 속에 경상수지 개선 같은 펀더멘털 회복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탈리아 증시의 밸류에이션은 아직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가 안되는 매력적인 수준이어서 중심 국가인 독일의 양호한 성과를 따라가며 2014년의 상대 수익률은 앞설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변화는 이미 감지되기 시작했다. 글로벌 자금 흐름은 채권에서 주식으로 이동하고 있고 미국에 이어 최근에는 유럽으로 자금 유입이 본격화되는 등 위험자산 선호가 확산되고 있다.

올해 중심 국가의 선전에서 내년도에는 주변부 국가로 투자 흐름이 확산된다면 아태 지역에서 준선진국으로 대접받는 한국 증시도 긍정적인 반전을 기대해볼 만하다.

한국 증시의 밸류에이션 수준은 PBR 1배 수준으로 미국 시장 PBR가 2.3배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역시 매력적이다. 10월 이후 다시 가속화된 엔화 약세 역시 단기적으로 너무 가파르게 진행됐다는 점에서 그 속도가 주춤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내년에는 한국 시장이 위험자산 선호의 주역으로 반전할 것이라고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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