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Story] 최승달 스바루코리아 대표




최승달(55ㆍ사진) 스바루코리아 사장은 한때 기자를 꿈꿨다. “신문방송학과에 진학하려고 3년을 도전했지만 안 됐습니다. 대학 때 방송국 시험을 본 적도 있지만 떨어졌습니다.” 언론고시에 낙방한 그의 첫 직장은 레저업체였다.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던 곳이다. 그때부터 그의 삶은 예상하지 못한 분야로의 새로운 도전으로 채워지고 있다.

최 사장은 리조트 회사에 첫발을 들인 뒤 5년 후 스바루코리아의 모기업(고려상사) 계열사인 지산리조트로 이직했다. 지산리조트의 골프장과 스키장 부문 건설사업 본부장을 맡은 최 사장은 IMF 외환위기 당시 지산리조트 영업본부장의 중책을 떠안는다. “3년간 영업을 하면서 회원권 판매 등에 집중해 회사의 재무구조를 전보다 크게 개선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당시 위기를 탈피한 모기업은 신사업을 구상하게 된다. 회장의 신임을 얻은 그가 선봉에 섰다. 레저업의 영역을 확대해 일본의 부도난 골프장 인수 등을 검토했지만 경쟁이 심해져 포기했다. 블루오션이 무엇인지 찾다 유통산업이 눈에 들어왔고 그 중 수입차 시장이 눈에 들어왔다. “당시 수입차 시장 점유율은 2% 미만이었는데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가 있는 나라도 수입차의 비율이 15%까지 간다는 속설이 있었습니다.”

수입차 시장 진출을 결정한 것은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한다. 이미 시장점유율이 10%를 넘었다. “진출에 대한 판단은 정확했다고 봅니다. 스바루의 인지도가 높지 않아 앞으로 1~2년은 투자를 해야 겠지만.”

스바루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국내에 진출하지 않은 브랜드가 많지 않았습니다. 그 중에서 한국 지형에 맞고 우리나라 사람이 운전하는 데 편하며 가격대가 적당한 것, 안전한 차가 뭔지를 찾았습니다. 스바루가 가장 높게 평가됐고 인터넷을 통해 세계 각국의 반응을 본 후 상당히 좋은 차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무작정 일본에 쫓아갔다. 이미 스바루 수입을 위해 국내 KㆍS 등 대기업이 인수전에 뛰어든 상태였지만 그들과 경쟁해 스바루 수입권을 따냈다. “나중에 후지중공업으로부터 들은 후일담인데 ‘모기업이 탄탄해 보였다. 당신들의 자동차에 대한 열정이 어느 회사보다 뛰어났다. 믿을 만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렇게 출범한 스바루코리아가 지난 10일로 꼭 2년째를 맞았다. 야심 차게 출발했지만 지난해 무엇보다 힘든 한 해를 겪었다.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겪었던 생산 차질은 최근까지 영향을 끼쳤다. 엔화 환율도 올라가 주머니 돈을 풀며 적자를 보전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얘기를 꺼내면서 최 사장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고 “지난해에는 끔찍했다”는 말로 입을 열었다. 스바루코리아는 본사를 삼성동에서 양평동으로 옮기고 직원 수를 줄이며 버텼다. “지금 당장 흑자를 기대하지 않아도 적자폭을 작게 만들 수 있는 상황은 됐습니다. 판매 부진에 대한 불안감이 없지 않았지만 확신을 가지게 됐습니다.”

그에게 자신감을 심어준 것은 다름아닌 고객의 응원이다. ‘요즘은 내가 타보니까 좋더라’며 남을 소개하는 전화가 늘고 있다. “차는 믿을 만하지 않거나 안전하고 편하지 않으면 남에게 권하기 상당히 어려운데 소개하는 고객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최 사장은 “저도 억대가 넘어가는 차도 몰아보고 국산 최고급차도 몰아봤지만 승차감이나 운전에는 스바루만한 것이 없다”며 운전자의 안전과 즐거움을 제공하는 스바루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는 스바루 차를 한마디로 ‘장인정신으로 똘똘 뭉친 옹고집이 만든 차’라고 설명했다. “기술적인 것은 잘 모르지만 스바루를 말할 때 사람들은 박서엔진과 대칭형 사륜구동에 대해 말합니다. 좋은 차를 두고 달리면서 가라앉는 느낌이라고 하지만 스바루 차는 아스팔트를 쥐어 뜯으면서 간다고 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안정감 있게 의도한대로 움직이니까요.”

그는 지난주 이틀간 아웃백을 몰고 서울에서 광주로 내려갔고 대구와 부산을 들렀다 다시 서울로 올라왔다. “1박2일간 1,200㎞가 넘는 거리를 탔는데 피로감이 거의 없었습니다. 체력이 튼튼한 편도 아니지만 그만큼 차가 편안해서. 고객이 차에 타면 내리기 싫다고 할 정도입니다.”

기존 고객이 스바루를 높이 평가하고 후회 없는 선택이라고 할 때면 가슴이 뿌듯해진다. 고객 몇 명의 사례를 들려줬다. “8개월 된 임산부가 포레스터를 타다 큰 사고가 나서 폐차가 될 정도였는데 거의 다친 곳이 없었답니다. 그 고객은 남편에게 스바루 아니면 사지 않을 것이라고 해 아웃백을 또 사셨습니다.” 고속도로에서 난 사고로 폐차시킨 한 고객도 ‘목숨을 살려준 차’라며 다시 스바루의 고객이 됐다. “차가 좋고 믿을 만하니까 간혹 위험하게 운전하는 분들이 있어요. 고객에게 모험운전하지 말고 모범운전하라고 매번 당부합니다.”

영업맨 출신이기도 한 그는 고객을 최우선에 두고 있다. 특히 AS에 무엇보다 신경을 쓰고 있다. 그는 “내 차를 수리할 때 예약을 하고 1주일, 열흘을 기다려야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스바루의 AS 센터당 차량 대수는 12대다. 수입차 중 톱 수준이다. “판매량은 미미하지만 AS 센터는 다른 어떤 브랜드보다 갖춰놓았습니다. 비록 위탁한 것이지만 제주도까지 AS 센터를 설치했습니다. 제주도에 스바루 차가 3대 있지만 투자했습니다. 고객은 그럴 권리가 있으니까요.”

올드카 캠페인도 그런 부분에서 시작했다. 스바루코리아가 공식 수입, 판매한 차량이 아닌 스바루 차량도 모두 무상점검을 해줬다. 최 사장은 “내가 책임지는 브랜드의 고객인데 우리에게서 사지 않았다고 AS를 안 하면 고객의 안전은 누가 맡습니까”라며 지속적인 고객 관리에 나설 것임을 강조했다.

경영 방침도 배려를 원칙으로 한다. “직원도 내부고객이라고 생각합니다. 직원이 편하고 즐거워야 고객을 기분 좋게 할 수 있으니까요.” 딜러도 마찬가지다. 딜러가 잘돼야 임포터도 잘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최 사장은 스바루코리아의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얼마 전 페루의 페이스북 친구가 한국에서 스바루를 어떻게 마케팅해야 할지 다섯 가지 팁을 주겠다고 했는데 하나부터 다섯까지 모두 ‘테스트 드라이브’였다”고 웃어 보였다. 스바루코리아는 매년 겨울마다 스키장을 거꾸로 오르는 행사를 열고 여름에는 비포장도로 등에서 시승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데 올해도 시승행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스바루 차는 일단 타봐야 진가를 알 수 있으니까요.”

현재 3종에 불과한 판매 모델도 점차 확대한다. 일단 올해 10월에는 임프레자의 고성능 모델 ‘WRX-STI’를 들여온다. 내년에는 아웃백 디젤 모델도 들여올 계획이다. 최 사장은 “지금은 스틱(수동변속기)만 있는데 내년부터 오토미션이 나와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사장은 마지막으로 사업 초기에 만났던 고객 얘기를 꺼냈다. “제 손을 잡고 우신 분이 있었습니다. 60대 중반 노인이었는데 ‘내가 이 차를 10년 정도 기다렸다. 미국에서 타봤는데 정말 좋은 차다. 수입해줘 고맙다’고 했다. 이렇게 스바루 고객은 브랜드에 대한 로열티가 강한 분들입니다. 대부분이 모르시는데 아는 분들을 하나하나 늘려가겠습니다.” 작지만 강한 브랜드,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스바루가 어떤 변화의 바람을 불러올지 기대된다. 사진=김동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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