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상반기 6조7,000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던 은행권이 올 상반기에만 수조원대의 흑자로 돌아서는 등 사상 최대의 무더기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매각을 앞둔 서울·제일은행을 제외한 9개 시중은행이 상반기에만 2조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기록, 엄청난 이익실현에 성공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은행권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부실채권 청소를 끝내 건전성을 높인 데다 주식시장의 활황으로 유가증권 부분에서 대규모 평가이익을 올린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별로는 충당금 적립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은 조흥은행이 당기순익에서만 5,000억원 이상의 순이익을 올려 수위를 차지했다.21일 9개 주요시중은행(서울·제일 제외)의 올 상반기 이익예상치를 조사·분석한 결과 이들 은행의 충당금을 적립한 상황에서 드러난 당기순이익 규모가 무려 2조3,531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상반기 국내 22개 은행들은 6조7,000억원에 이르는 손실을 보았으며, 이번 조사대상 9개은행도 2조7,351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었다.
은행별로는 조흥은행이 은행 창설 이래 반기 최대규모인 5,2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 수위를 기록했다. 은행측은 지난해 대규모 부실채권 청소를 끝낸 덕분에 올 상반기에는 충당금 적립규모가 여타 은행들에 비해 월등히 적어 이같은 규모의 이익을 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충당금 적립규모를 제외한 상태, 즉 예년의 업무이익 개념에서는 국민은행이 1조100억원의 적립전이익을 내 1위를 차지했다. 국내 은행이 업무이익에서 1조원을 넘어선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밖에 한빛은행이 5월말 현재 3,85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린데 이어 6월말에도 순익 기조를 이어 4,000억원 이상의 순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빛은 충당금 적립전 기준으로는 반기에 8,500억~9,000억원대의 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빛은행의 당초 상반기에 충당금적립전으로 7,400억·당기순익으론 4,000억원의 이익을 내는 것을 목표로 했다.
후발은행에서는 신한은행이 충당금적립전과 당기순익에서 각각 4,648억원과 2,473억원의 이익을 기록, 수위를 차지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아직 유가증권 평가기준이 확정되지 않아 확실한 예상치를 꼽을 수는 없다』면서도 『부실채권 규모가 현저히 축소된데다 유가증권 평가이익 등에서 대규모 흑자로 돌아섬에 따라 1~2개 은행을 제외한 전 은행이 흑자를 시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연말부터 새로운 평가기준, 즉 미래상환능력을 감안한 평가시스템이 도입되기 때문에 이익규모는 다소 축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영기 기자 YG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