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유입 오염물질, 대기 정체로 한반도 맴맴

■ 사흘째 극심한 미세먼지 왜
26일 비로 일부지역 약화 불구
잿빛하늘 당분간 지속 예상


"황사마스크를 쓰고 출근했는데도 사무실 들어오니 목이 따끔거리더라고요. 늘 사무실에 있어서 바깥공기가 어떤지 잘 몰랐는데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것 같아요."(직장인 정경일씨)

전국이 사흘째 고농도 미세먼지로 뒤덮이면서 야외활동에 지장을 받는 등 시민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24일 국립환경과학원과 기상청에 따르면 오후3시 현재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는 ㎥당 164㎍으로 미세먼지 예보 등급상 '나쁨(121~200㎍/㎥)' 단계로 높아졌다. 천안 역시 174㎍/㎥로 미세먼지가 짙었고 이어서 강화 176㎍/㎥, 군산 168㎍/㎥, 춘천 146㎍/㎥, 대구 118㎍/㎥, 진도 115㎍/㎥로 전날보다 전국적으로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졌다.

특히 이날 오전 한때 서울의 최고 미세먼지 농도가 218㎍/㎥로 예보 등급상 '매우 나쁨(201~300㎍/㎥)'에 해당하는 높은 농도를 보였고 충남 당진군은 무려 297㎍/㎥까지 치솟기도 했다. 미세먼지 농도는 지난 22일 약간 나쁨 수준인 81㎍/㎥ 이상으로 올라선 뒤 점점 짙어지고 있다.

미세먼지보다 입자가 작은 초미세먼지(PM2.5) 농도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서울시는 초미세먼지 농도가 92㎍/㎥를 기록한 이날 정오를 기준으로 초미세먼지 주의보를 발령했다. 주의보 단계는 초미세먼지 농도가 시간당 평균 85㎍/㎥ 이상으로 2시간 이상 지속할 때 발령된다.

이처럼 미세먼지가 사흘째 기승을 부리는 것은 서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중국발 미세먼지가 국내 오염물질과 뒤섞여 서해상 고기압을 타고 유입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여기에다 고기압의 영향으로 한반도 주변의 대기가 정체되면서 오염물질이 빠져나가는 속도보다 유입되는 속도가 더 빠른 점도 한반도 상공의 미세먼지 오염을 가중시키고 있다. 기상청은 26~27일 충청 이남지역에 비가 오면서 일부지역의 미세먼지 농도는 다소 약해지겠지만 그 밖의 지역은 짙은 미세먼지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장임석 국립환경과학원 연구관은 "시베리아에서 내려오던 고기압이 서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중국발 미세먼지를 끌어들이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며 "평소에는 국내 미세먼지 비율이 50~60%를 차지하지만 고농도일 때는 중국 미세먼지가 50~60%로 비율이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돼 중국발 미세먼지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장 연구관은 "26일에는 남부지역에서, 27일에는 중부지방까지 비가 올 것으로 예상돼 이 지역은 일시적으로 미세먼지가 씻겨나가는 워싱아웃(washing out) 효과가 예상된다"며 "하지만 이번 비는 충남 지역에만 국지적으로 내리는데다 비의 양도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수도권 등은 당분간 미세먼지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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