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추석에는 대체휴무제 도입으로 연휴 기간이 늘어난 만큼 해외여행을 가려는 사람들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름휴가를 추석 기간으로 늦춰 가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연휴 기간 동안 90만명이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가족단위 여행객들이 늘어나면서 부모를 동반하는 사례가 많다. 이때 주의할 점은 들뜬 마음으로 철저한 준비 없이 여행에 나섰다가는 고혈압과 당뇨 등의 만성질환이 크게 악화될 수 있다는 것. 여행 준비에 앞서 부모의 건강상태를 한 번쯤 고려해보는 것이 좋고 필요한 의약품과 사전 지식을 꼼꼼히 챙겨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당부한다.
일단 많은 중년층이 앓고 있는 고혈압의 경우 주위 환경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떨어지므로 응급상황에 대비하는 것이 좋다. 먼저 비상 시 필요한 신상정보와 가족의 연락처가 기입된 건강수첩, 소견서를 소지해 비행기에 탑승하도록 한다.
질환의 특성상 혈압약을 꾸준히 복용해야 하므로 출국 전 주치의를 통해 평소 처방 받은 대로 혈압약을 복용해도 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해외여행 기간 동안 적정 복용량과 횟수를 확인하고 복용할 혈압약은 항상 소지하고 다니는 휴대가방에 넣고 여분의 약을 준비한다.
고혈압 환자들은 좁은 기내에서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을 겪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심부정맥혈전증이라고도 불리는 이 증후군은 좁은 항공기 좌석에서 장시간 앉아 있으면서 하체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생긴 혈전으로 인해 호흡곤란과 가슴통증 등이 나타나며 심할 경우 쇼크사로 사망할 수 있다.
김종화 세종병원 내분비내과 과장은 "부모님이 고혈압 환자라면 가능한 통로 쪽 좌석으로 예약해 틈이 날 때마다 스트레칭을 하거나 걷고 헐렁한 옷을 입어 몸을 편안한 상태로 만드는 것이 좋다"며 "수분을 섭취하는 것 또한 혈전 생성을 예방해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에 대비할 수 있는 만큼 물을 자주 마시면 좋다"고 당부했다.
여행지에 도착해서는 다른 위도에 있는 국가일 경우에는 시차를 고려해 혈압약을 복용하며 다른 경도라면 시차와 상관없이 현지 시각에 맞춰 복용하면 된다. 또 달라진 식단과 환경으로 혈압이 오를 수 있으므로 수시로 혈압측정기로 혈압을 체크하는 것이 좋다.
동남아국가의 경우 더위로 인한 체온변화와 불쾌지수 상승으로 혈압이 높아질 수 있고 땀을 많이 흘려 탈수증상이 나타나면서 혈액순환이 원활해지지 않을 수 있다. 또 과도한 에어컨 사용으로 혈관이 수축하면서 혈압이 상승하게 된다. 기름진 음식이나 짠 음식을 섭취할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높은 온도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주변 환경이 적정 온도와 습도가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으며 하루 8잔 이상의 물을 마셔 수분을 충분히 보충해야 한다. 또 실내외 온도 차가 크지 않도록 과도한 에어컨 사용을 자제하고 외출 시 가벼운 겉옷을 준비해 체온이 떨어질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
고혈압 환자와 마찬가지로 당뇨병 환자도 해외여행 시 식사와 활동량의 변화, 시차, 스트레스, 컨디션 변화 등으로 혈당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당뇨병 환자는 정기적으로 혈당약을 복용해야 하므로 당뇨약과 함께 당뇨수첩을 챙겨 혈당수치를 체크하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 또 당뇨약과 인슐린, 주사용품 등 의료물품 소지를 허가 받을 수 있도록 당뇨병 환자임을 증명하는 영문진단서와 처방전을 준비해 보안 검색 담당자에게 보여주도록 한다.
출국 전 주치의에게 혈당과 혈압, 콜레스테롤 수치 등을 확인하고 상담을 통해 여행 기간 당뇨약의 복용량과 인슐린 투여량을 조절 받는 것이 좋다. 여행 일정상 평소보다 활동량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면 당뇨약과 인슐린이 추가적으로 필요할 수 있어 충분히 준비해야 한다.
당뇨약과 인슐린, 주사용품의 경우 냉장 보관해야 하는 경우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비행기 좌석 예약시 항공사에 당뇨병 환자임을 알려 당뇨식을 신청하고 혼자 여행을 할 경우에는 당뇨병이 있음을 승무원에게 알린다. 당뇨약과 인슐린, 주사용품, 혈당측정기, 저혈당 증상 발생 시 섭취할 수 있는 간식 또는 응급식품을 준비한다.
당뇨환자도 고혈압환자와 마찬가지로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좌석에서 장시간 앉아 있어야 하는 기내 환경의 특성상 혈당이 오를 수 있기 때문에 탄산음료·주스 같이 당분이 들어 있는 음료와 탄수화물 함량이 높은 기내식은 적게 섭취해야 한다.
여행지에 도착한 후에는 시차를 고려해 평소의 복용량으로 혈당약을 복용하나 인슐린은 용량을 조절해 투여해야 하는데 시차가 3~4시간 이상이라면 주치의와 미리 상의해야 한다. 여행기간에는 더욱 자주 혈당을 체크해 관리하는 것이 좋다.
여행지에서는 그 나라 고유의 음식을 먹기 마련이지만 혈당 관리를 해야 하는 당뇨병의 특성상 먹어도 좋을지 판단이 쉽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평소 먹던 저혈당 위주의 식단이 아니라면 가급적 적게 먹는 것이 좋고 짜고 기름진 음식 섭취는 자제하는 것이 좋다.
활동량이 많아지면 혈당이 급격히 떨어지는 저혈당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사탕이나 초콜릿 등을 휴대해 심한 공복감과 무기력, 식은땀, 어지럼 등의 증상이 있다면 당분을 보충해야 한다.
당뇨환자는 혈당뿐만 아니라 당뇨족 등 합병증이 나타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하므로 여행 시에는 발을 불편하게 하거나 익숙하지 않은 신발 대신 발을 편안하게 하고 자주 신고 다니는 신발을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