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근혜 정부 과제1호 '공무원연금 개혁' 실패로 끝나나

박근혜 대통령의 개혁과제 1호였던 '공무원연금 개혁'은 결국 실패로 끝나는 것인가. 여야가 다음달 6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최종 합의한 개혁안은 한마디로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이다. 장기적으로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을 통합한다는 방침을 포기한 것은 물론 공무원단체의 요구를 대폭 수용하면서 개혁 자체가 유야무야됐기 때문이다.

여야 합의안에 따르면 연금 기여율은 월 소득의 7%에서 9%로 올리고 연금 지급률은 1.9%에서 1.7%로 낮추게 된다. 하지만 이마저 기여율은 5년에 걸쳐 올리고 지급률은 20년 동안 순차적으로 내릴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기존 퇴직자나 50대 공무원은 영향을 받지 않는데다 2085년까지 정부가 떠맡아야 할 재정부담 2,000조원 가운데 겨우 300조여원의 절감 효과밖에 없다. 나머지는 국민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한마디로 국민 등골을 빼 공무원 노후를 보장하라는 이야기다.

이번 합의안이 무서운 것은 지급률을 20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낮추기로 함으로써 차후의 연금개혁 자체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흑심이 담겨 있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여야는 국민연금의 명목소득대체율까지 50%로 올리기로 합의해놓았다. 공무원연금 삭감액을 공적연금 강화에 쓰겠다지만 공무원단체의 탐욕에 국민연금 수령자들까지 끌어들여 불만을 무마시키겠다는 불순한 의도다. 국가재정이야 파탄 나든 말든 내 알 바 아니라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일본은 공무원연금을 20년에 걸쳐 개혁하면서 국민연금과 통합하는 데 성공했다. 20년이라면 긴 세월 같지만 우리 정부도 이미 1995년부터 연금개혁을 시도해왔다. 이후 2000년, 20009년 세 차례 손질을 했지만 그때마다 실패로 끝나곤 했다. 똑같은 20년 개혁임에도 그들은 성공했고 우리는 여전히 실패하고 있다. 더 이상의 유예는 있을 수 없다. 여당인 새누리당조차 포퓰리즘에 춤추고 있으니 이번 개혁안은 청와대가 거부하는 수밖에 없다. 판을 깨더라도 재시도해야 한다. 이대로 가다가는 국가재정이 파탄 나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나라가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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