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8일 발표한 세제개편안은 빠듯한 나라살림형편에도 서민ㆍ중산층에 대한 세제지원을 늘리겠다는 의지가 뚜렷하다. 중산층이 무너지고 있는 것을 의식한 때문이다. 근로소득공제 및 세액공제를 5%포인트 확대로 연간 7,4000억원의 세수가 주는 등 서민ㆍ중산층에 대한 세제지원만으로 총 1조원 안팎의 살림이 힘들어진다. 그러나 세제개편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월급쟁이들이 세금을 되돌려 받기가 더 힘들어지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부동산단기양도에 대한 중과세랄지, 의료비 전액공제 같은 것이다. 겉으로는 의료비가 전액 공제되는 것 처럼 알려져있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일정액 이상의 의료비를 지출하는 경우에 한해 전액공제되는 함정이 있는 것이다.
◇부동산 단기 양도 중과세, 조세형평 어긋나= 2년 미만 보유 부동산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세조치는 부동산투기억제와 불로소득의 세금환원차원에서 긍정적인 조치로 평가되지만 과세표준이 낮은 서민 아파트일수록 세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모순이 있다. 현재 1~2년 보유 부동산에 대한 양도소득세율은 9~36%. 양도차액에서 필요경비를 뺀 과세표준이 높으면 세율이 높아지는 누진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세제개편안은 과세표준에 관계없이 보유기간이 2년이 안된 부동산을 팔 경우 40%의 세율을 일률적으로 적용하기 때문에 서울 강남의 대형아파트나 재건축 대상 아파트보다는 지방의 서민 아파트일수록 세부담이 늘어난다. 극단적으로 비교할 경우 과세표준이 1,000만원인 아파트를 팔면 9%인 세율이 40%로 적용돼 세부담이 4배 이상 커진다. 반면 양도차액이 많아 과세표준이 8,000만원이상인 고급아파트를 팔 때는 세부담이 4% 늘어나는데 그치는 문제를 안고 있다. 김영진 내집마련정보사 사장은 “부동산 단기양도자에 대한 중과세는 부동산 투기억제라는 긍정적 효과보다는 부득이하게 집을 파는 서민들의 세부담이 늘어나는 부작용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비 소득공제한도 사실상 축소=이번 세제개편안은 근로자 본인 의료비에 대한 소득공제한도를 완전폐지했다. 현재 공제한도가 500만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수술을 받거나 장기치료가 필요하는 등 의료비 지출이 많을 때는 상당한 보탬이 된다. 그러나 공제대상 의료비기준이 총급여액의 3%에서 5%로 상향조정되는 바람에 의료비 지출이 적을 경우 소득공제 혜택을 받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연봉이 5,000만원인 근로자가 의료비 소득공제를 받기 위해서는 부양가족을 합쳐 최소한 250만원 이상의 의료비를 지출해야 한다. 종전 150만원에서 100만원이 늘어나는 것이다. 본인이 큰 병에 걸리지 않는 한 `연봉 5%초과`기준을 채울 수 없는 노릇이다.
◇카드보다 현금사용 권장 논란=이르면 내년 7월부터 현금영수증카드제가 도입되면 현금을 사용하는 근로자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고, 과표현실화율이 낮은 자영업자에 대한 세원포착이 쉬워지는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효과가 기대된다. 소득공제는 연봉의 10%를 초과하는 현금사용액의 25%까지 받을 수 있다. 대신 정부는 신용카드에 대한 소득공제율을 20%에서 15%로 5%포인트 내렸다.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것보다 현금사용이 더 유리한 셈이다. 그러나 현금영수증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곳이 신용카드 가맹점이기 때문에 카드를 받지 않는 음식점 등에서는 현금사용에 따른 소득공제가 불가능해 신용카드 공제혜택만 줄였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신용카드 결제가 가능한 가맹점이라도 소액결제는 절차가 번거롭다는 이유로 현금을 내는 현실을 감안하면 현금영수증카드제의 실효성자체가 의문시된다는 시각도 있다. 특히 엊그제까지만 해도 신용카드사용을 적극 권장하던 정부가 이를 뒤집어 정책 일관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현금소지를 권장하는 것도 전자결제시대와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권구찬기자 chans@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