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어려운 상대인 러시아를 맞아 좋은 경기를 펼친 끝에 1대1로 비겼다. 이기면 더 좋았겠지만 결과가 나쁘지는 않았다.
지난 10일 가나와의 평가전에서 문제점으로 드러났던 부분이 이번 경기에서는 상당히 해소된 모습이었다. 선수들의 조직력도 좋았고 골에 대한 집중력이 돋보였다. 홍명보 감독의 전술도 러시아를 공략하는 데 효과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 슈팅의 정확도가 떨어진 점이 아쉽지만 알제리전에서는 더욱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
오늘 경기에서 상주 상무의 공격수 이근호가 한국 대표팀의 첫 득점을 올렸다. 이근호는 4년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당시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하는 아픔을 겪었는데 이번 골을 통해 당시 설움을 훨훨 털어냈으리라고 생각한다. 근호가 미국 마이애미로 최종 전지훈련을 떠나기 전 이런 조언을 했었다. "네 나이를 봤을 때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 월드컵이 될 수 있으니 아쉬움을 남기지 말고 돌아와라." 근호는 나뿐 아니라 상주 상무 동료들에게도 반드시 골을 넣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는데 결국 국민들에게 기쁨을 선사해준 것 같다.
오늘 경기에서 이근호가 예상보다 빨리 교체투입됐는데 제 역할을 톡톡히 해준 것 같다. 후반 20분이 지난 시점에 조커로 투입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근호의 골에 대한 강한 의지가 좋은 결과를 이끌어낸 것 같다. 이근호와는 일주일 전 미국 마이애미 전지훈련 중에 짧게 전화통화를 했다. "선발로 나올 수 있을 것 같으냐"고 물었더니 "교체멤버가 될 것 같다"고 대답을 했다. 어느 역할을 맡든 홍 감독이 강조한 '원 팀'을 늘 떠올리고 컨디션 조절을 잘하라고 조언했는데 골로 보답해줘 기쁘다.
러시아와 비기면서 알제리와의 경기는 더욱 중요해졌다. 벨기에와 알제리의 경기를 TV로 봤는데 알제리의 전력이 만만치 않다. 개인기가 뛰어난 팀인 줄로만 알았는데 조직력도 돋보였다. 알제리를 효과적으로 공략하려면 '카운터 어택(역습)'을 지금보다 강화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러시아와의 경기에서 우리 대표팀에 아쉬웠던 점은 역습을 이끌어내는 데는 미비했다는 것이다. 우리 대표팀은 수비 구축을 잘했고 높은 점유율을 보였다. 하지만 지금보다 조금 더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우리가 수비를 하다 상대 공격을 끊었을 때 속공으로 상대 진영을 파고들면 훨씬 많은 골 기회가 생길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빠른 역습을 위해서 이근호의 활용도도 높을 것으로 본다. 특유의 스피드와 골에 대한 집중력이 알제리를 공략하는 데 효과적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선발진 구성은 전적으로 홍 감독의 몫이다. 이근호에게 주문하고 싶은 점은 "선발이든 교체든 항상 준비하고 있다가 그라운드에 투입되면 최선을 다해줬으면 한다"는 것이다. 항상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오는 법이다.
이번 러시아전에서 손흥민(레버쿠젠), 기성용(스완지시티), 구자철(마인츠) 등 우리 대표팀의 주축 선수들이 경고를 1차례씩 받았다. 팀의 핵심 선수들인 만큼 알제리전에서 옐로카드에 대해 스스로 의식을 할 것이다. 하지만 너무 신경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불필요하고 거친 반칙을 피해야겠지만 플레이가 위축돼서는 안 된다.
한국 대표팀이 16강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알제리를 반드시 꺾어야 한다. 이번 러시아와의 경기에서 선수들이 보여준 '원 팀' 정신은 한국 대표팀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우리 대표팀은 위기 순간에 늘 놀라운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알제리전에서 좋은 결과를 낼 것으로 믿고 있다. /박항서 상주 상무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