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8일 발표한 3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81로 나왔다. 전달의 78보다 3포인트나 상승한 것으로 제조업 체감경기 회복 기운이 뚜렷하다는 얘기인데 과연 그런가 싶다. 제조업의 경기실태를 보여주는 2월 광공업 생산(통계청 발표)이 전월 대비 1.8% 줄어 11개월 만에 두달 연속 뒷걸음질쳤다. 이날 함께 발표된 소매판매(-3.2%)와 제조업 평균 가동률(-2.1), 설비투자(-0.3)도 나란히 감소했다. 한두 달 통계치로 전체를 조망할 수는 없지만 최근 몇달간 생산·소비·투자의 동반하락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런데도 정부는 낙관적인 해석을 내놓았다. 설 연휴 등 일시적 요인들을 배제하면 지난해 4·4분기에 비해 경기가 개선됐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3월의 생산 및 소비지표는 신차·휴대폰 출시, 수출증가 효과 등에 힘입어 반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려되는 대목은 정부가 작심한 듯 낙관적 경기진단을 쏟아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이 전년대비 1%포인트가량 높은 3.9%에 달할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은 것을 필두로 이달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그린북' 3월호에서는 "경제회복 조짐이 강화되고 있다"는 진단을 내렸다.
하지만 국민과 기업의 체감경기는 정부의 진단과 사뭇 다르다. 서민은 돈이 돌지 않는다고 아우성이고 기업은 투자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성장률이 예상을 웃돌고 국민소득이 늘어났다지만 통계작성 기준 변경과 환율 변동에 따른 착시현상에 불과할 뿐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조사한 BSI 4월 전망치는 전월에 비해 5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정부의 낙관적 전망과 정반대다. 제아무리 경제 흐름이 참가주체들의 심리에 의해 결정된다고 해도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경제주체들이 쉽게 수긍할 수 없는 전망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낙관적 전망의 이유가 궁금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1주년을 맞아 발표한 '경제혁신3개년계획'에서 2017년까지 잠재성장률을 4%대로 끌어올리겠다고 한 약속에 부응하기 위한 것인지, 6·4지방선거를 의식한 것인지, 정말로 경기가 좋아지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사실이 하나 있다. 경기회복을 체감하는 국민은 많지 않다는 점이다. 경기진단은 정확하고 정직해야 한다. 경기에 대한 오진이나 오만은 그릇된 처방을 낳고 종국에는 경제를 골병들게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