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거듭함에 따라 수입물가가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 기대처럼 환율하락으로 원자재ㆍ부품 등의 수입물가가 내리지 않고 수출물가는 하락세가 지속돼 기업의 채산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1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월 중 수출입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물가는 환율변동효과가 제거된 계약통화(외화표시 수입가격) 기준으로 전월 대비 2.1%나 급등했다. 계약통화 기준 수입물가는 지난해 12월 1.6% 하락했으나 지난 1월 1.6% 상승한 데 이어 2월에 2.1%라는 높은 상승률을 나타내 불안조짐이 역력해지고 있다. 환율하락 효과가 반영된 원화기준 수입물가는 0.4% 상승, 역시 1월의 0.3%에 이어 2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수입물가가 이처럼 크게 오른 것은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데다 과일과 휘발유ㆍ쇠고기 등 소비재의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수입물가 통계는 계약시점을 기준으로 작성되며 통관시점과 1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있기 때문에 2월 중 급등세는 3월 이후부터 국내 소비자ㆍ생산자물가에 본격적인 압박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환율요인이 반영된 수입물가는 0.3% 하락했으나 환율요인을 제거한 계약통화 기준으로는 13.4%나 급등했다.
반면 수출물가는 전월 대비 0.1% 하락하며 지난해 11월 이후 4개월 연속 떨어졌다. 환율이 1.5% 하락하면서 원화 기준 수출가격을 떨어뜨린데다 수요부진이 겹쳐 영상음향 및 통신장비제품, 일반기계 및 장비제품 등 공산품이 주로 내렸다.
윤재훈 한은 물가통계팀 과장은 “이달 들어서도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데 반해 환율은 하락세가 주춤한 상태여서 수입물가가 상승세를 이어갈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