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전문가 인터뷰] 데이비드 위스 S&P수석 이코노미스트

“미국 경제는 올 상반기에 완만하게 회복하다가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회복할 것으로 봅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경기부양 조치가 단행되면 미국 경제 회복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국제신용평가 회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데이비드 위스는 이라크 전쟁 가능성에도 불구, 올해 미국 경제는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지난 3년 뉴욕 증시가 가라앉았음에도 불구, 올해는 10% 정도 완만하게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미국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지거나 또다른 침체에 함몰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진단했다. 뉴욕 맨해튼의 S&P 본사에서 그를 만나 보았다. - 지난해 미국 경제는 3ㆍ4분기에 반짝 좋았다가 4ㆍ4분기에 다시 나빠졌습니다. 올해 미국 경제를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우리는 미국 경제가 지난해 하반기에 달성했던 3%대 성장의 완만한 회복을 올 상반기에도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미국 의회가 올해 2ㆍ4분기에 경기촉진 법안을 통과시키면 성장에 큰 힘이 될 것입니다. 그러면 올해 하반기에는 미국 경제가 보다 힘있게 회복할 것이며, 4%대의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지난해말 재무장관과 백악관 경제수석을 교체한데 이어 감세 정책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경기부양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조치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요. ▲즉각적인 효과가 있다고 봅니다. 감세 정책이 중심이 되는 경기촉진책이 올 여름쯤에 구체화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경기진작책은 미국인들의 구매력을 높이고, 물건을 사도록 유도할 것입니다. 이 조치는 올 하반기 미국 경제를 위로 끌어올릴 것으로 보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긍정적 요인이 될 것으로 보지 않습니다. -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영구적 감세 정책이 경제에 오히려 해를 끼칠 것이라고 주장했는데요. ▲감세정책에는 여러가지 이슈가 있습니다. 첫째가 감세 정책을 취하되 장기적인 정책으로 선택하지 않을 경우 정치인들이 바라는 것입니다. 저는 감세 정책을 취하면서도 경제가 회복될 때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린스펀 의장의 견해에 동의합니다. 문제는 감세 정책이 얼마나 오래 유지할 것인지 하는 것입니다. 현재의 감세 정책은 정치적 이유로 논의되는 것이지, 경제적인 이유로 단행되는 것이 아닙니다. - 연초에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합니다. 이라크 전쟁을 어떻게 전망힙니까. ▲현재로선 이라크 전쟁 가능성이 높습니다. 언제인지는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정치적 판단에 의해 전쟁 여부와 시기가 결정될 것으로 보는데, 1ㆍ4분기중에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문제는 전쟁이 어떻게 전개되느냐 하는 것입니다. 많은 우방국이 참여하고 많은 시설이 훼손당하지 않은 상태에서 전쟁이 짧게 끝난다면 미국 경제에 타격이 최소화될 것입니다. 하지만 전쟁으로 인해 원유생산시설이 파고되거나 국가간 균형이 깨져 전쟁이 2개국 이상으로 확대될 때 미국 경제는 또다시 침체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수 없습니다. -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있습니다. 경제전문가들은 이라크 전쟁이 끝나면 유가가 급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는데요. ▲글쎄요. 전쟁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다릅니다. 현재 유가가 급등한 것은 미국의 이라크 공격 가능성에 따른 전쟁 프리미엄과 베네주엘라 유전 파업에 따른 공급 부족 현상에 의한 것입니다. 이런 요인들이 제거되면 유가는 하락할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살펴볼 때 국제 유가는 지난 15~20년 동안 배럴당 20~30 달러 사이를 움직였습니다. 이라크 전쟁이 끝나도 이 사이를 움직일 것으로 봅니다. - 미국 경제가 또다시 침체에 빠질 가능성을 주장하는 경제전문가들이 있습니다. 더블딥(W자형 이중침체) 가능성이 사라진후 생겨난 새로운 주장이긴 합니다만. ▲언젠가 또다른 침체가 오겠지요.(웃음) 그런데 지금은 아닙니다. 물론 또다른 침체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전쟁이 아주 어려운 상황으로 전개될 때 경제는 급격히 위축되고, 침체가 나타날수도 있습니다. - 미국 경제가 올해 3~4% 성장한다고 하더라도 유럽이 제로성장 가능성이 있고, 일본이 마이너스 성장을 할 우려가 있습니다. 세계 경제를 어떻게 전망하고 있습니까. ▲미국 이외의 선진국 경제가 전반적으로 어려운 상황입니다. 일본은 15년동안 침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벗어날 기미도 현재로선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일본은 금융 부채를 해결해야 하는데 외환 정책을 통해 수출을 늘리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무역 흑자가 다소 진정되고 있지만, 그것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유럽 중앙은행은 (경기진작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각국이 정체에서 벗어나기 힘든 상황입니다. 다른 선진국의 경기 부진이 미국에도 영향을 줄 것입니다. 미국 경제만이 세계 경제라는 열차를 이끄는 유일한 원동력이 되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가장 걱정되는 것은 다른 선진국에서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인플레이션이 나타나는 것(스태그플레이션)입니다. - 뉴욕 증시가 3년째 하락했습니다. 올해는 상승할 것으로 기대합니까. ▲물론 상승하기를 기대합니다. 작년에도 똑같이 기대했지만 틀렸습니다.(웃음) 뉴욕증시는 2000년초의 과열이 진정되는 가운데서 하락했습니다. 올해는 주가가 상승할 것으로 보지만 크게 오르지는 못할 것으로 봅니다. 그동안 주식 가치에 조정이 있었기 때문에 주가가 합리적인 선에 도달했다고 봅니다. 60년대와 70년대의 장기 베어마켓(bear market) 때와 비슷한 양상일 것입니다. - 그러면 연말 주가가 얼마까지 갈 것으로 봅니까. ▲주가는 올해 10% 정도 상승할 것으로 봅니다. S&P 500 지수 기준으로 볼 때 950 포인트 정도입니다. 1,000 포인트는 넘지 못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 FRB의 금리 인하로 미국 단기금리가 1.25%까지 내려갔습니다. 경기가 악화할 경우 금리를 더 내릴 것으로 봅니까. ▲아직은 0.25% 포인트씩 다섯번 더 내릴 여유가 있질 않습니까. 하지만 저는 여기서 더 내릴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만일 이라크 전쟁이 터져 경제가 극도로 불안할 때 한번더 내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긴 합니다. 저의 관측으로는 올해 말쯤부터 금리가 올라갈 것으로 봅니다. - 미국 경제에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제기하는 이코노미스트들도 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합니다. 미국 경제에 디플레이션이 나타날 이유는 세계 경제의 문제에서 찾아야 할 것입니다. 미국 경제 자체에는 디플레이션이 나타날 위험성은 없습니다. 일본은 15년 동안 침체를 겪으면서 디플레이션을 겪고 있습니다. 중국도 디플레이션 상태에 있지만, 일본의 경우와 다릅니다. 중국은 생산성이 높고, 경제가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디플레이션이 위험하지 않습니다. 유럽도 디플레이션에 빠질 위험이 높아가고 있습니다.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디플레이션에 빠져 있지만, 미국은 아직 안전합니다. - 그린스펀 의장은 미국 경제가 `소프트 패치(soft patch)`에 빠져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금 상태를 어떻게 보십니까. ▲미국 경제는 지금 연약한 지반의 `소프트 패치`를 지나가고 있는 단계입니다. 지난 4ㆍ4분기 현재 완전히 빠져나가지는 못했습니다. 현재의 자료들을 보면 기업에 주문이 늘어나고 있지만, 생산은 취약한 상태에 있습니다. 소비가 유지될 것인지, 기업의 투자가 살아날 것인지 여부가 소프트 패치 통과의 관건입니다. - 한국 경제에 대해 코멘트해 주십시오. ▲한국 경제는 물론 동아시아 경제가 전반적으로 잘 될 것으로 봅니다. 일본을 제외한 동아시아 경제는 다른 어느 지역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한국 경제도 유럽과 미국의 경기 둔화에도 불구,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걱정되는 것은 일본입니다. 일본이 제로성장을 해도 다행이고, 침체가 계속될 경우 한국 경제에 나쁜 영향을 줄 것입니다. 일본 제품이 국제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일본 경제가 악화하면 엔화 하락에 따라 수출에 지장을 받을 것입니다. 중국 경제는 고속성장이 예상되고, 미국도 회복속도를 빨리 할 것이므로, 한국 경제에 좋은 여건을 마련할 것입니다. 한국은 올해도 5%의 높은 성장을 유지할 것입니다. 북한과의 긴장 상태가 지속될지 여부는 별도로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 5년전 한국이 외환위기를 겪었을 때 S&P는 한국 경제를 투자부적격 등급으로 판정했습니다. 지금의 경제여건에 비교해주시지요. ▲과거와 비교할 여건이 되지 않습니다. 한국 경제는 어려움을 상당히 극복했습니다. 지금과 97년의 상황이 다르다면 한국ㆍ타이 등 아시아 국가가 통화를 달러에 고정시켰기 때문에 일본 상품에 대해 경쟁력을 잃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고정 환율제를 포기했고, 달러가 약세를 지속하지 않습니까. 앞으로 몇 년은 달러 약세가 지속될 것입니다. 외환위기와 같은 상황은 오지 않을 것입니다. (데이비드 위스는 누구) 뉴욕에 본사를 둔 국제신용평가기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그는 S&P의 공식적인 경제전망과 S&P가 편찬하는 월간지 `이퀴티 인사이트`와 주간지 `파이낸셜 노트`를 주관하고 있다. 금융부문의 리스크 연구사업도 관장하고 있다. 1979년 런던 소재 유럽 경제연구소에서 경제분석가로 활동을 시작했으며, 이 연구기관이 S&P의 모기업인 맥그로 힐에 의해 인수된 후 미국으로 건너와 DRI/맥그로힐의 금융부문 이코노미스트, DRI에 이어 S&P의 이코노미스트로 계열사 내 이동했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의 선임 연구원,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선임 연구원, 영란은행 경제고문 등의 경력도 있다. 종종 워싱턴 의회 청문회에 출석, 경제 및 금융 현황을 설명하기도 한다. 매사추세츠 공대(MIT)에서 학사를 하고,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뉴욕=김인영특파원 in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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