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제 연쇄 강간사건 범인, 알고 보니 감방에 있다.’
영구 미제 사건이 될 뻔했던 엽기적 연쇄 강간사건이 검사들의 끈질긴 범인 유전자 추적 끝에 진실이 밝혀져 화제를 낳고 있다.
서울 서남부 지역에서 지난 2002년 2월부터 2006년 7월까지 10여 차례의 기묘한 강간사건이 잇달아 경찰에 접수됐다. 사건의 공통점은 범인이 피해 여성의 귀갓길을 쫓아 따라가다가 자택 현관문을 따고 들어가려는 순간 식칼을 피해자에게 겨누며 따라 들어가 강간했다는 점.
피해자는 명문 여대생부터 직장인, 유치원 아이를 둔 가정주부에 이르기까지 무차별적이었다. 하루에도 수십건의 강력범죄가 쏟아지는 현실에서 이 사건들은 미제로 쌓여갔다.
하지만 관내 사건을 맡았던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 검사들은 수년간 이들 강간 피해자의 질액에서 채취한 유전자가 동일인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유사 범인의 유전자를 이 잡듯 뒤진 끝에 범인을 밝혀냈다. 연쇄 강간범은 이미 96년 성폭력으로 실형을 선고받았고 올 8월 또 다른 강간 혐의로 구속돼 있던 양모(28)씨.
이 사건을 지휘했던 박충근 형사 3부장 검사는 “영구 미제로 남을 뻔한 연쇄 강간사건이 유전자 DB 검색 등 과학 수사로 밝혀졌다”면서도 “범인 유전자 정보를 공유하는 시스템만 갖추고 있었더라면 범죄 발생 초기인 수년 전에 잡혔을 범인이 지금에야 밝혀진 게 못내 아쉽다”고 말했다.
양씨가 검거됐던 올 8월 정부는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유전자 감식 정보의 수집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인권침해 논란에 휩싸여 국회 통과가 지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