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합기업 '이중 피해'

과징금부담에 소비자는 '선정 당사자 소송' 제기까지
학부모들 대형교복업체 대상 청구소송서 승소
운송노동자 500여명 정유사 상대 손배訴 제기

공정거래위원회의가 가격담합이라고 적발한 행위에 대해 피해를 당한 소비자들이 집단소송의 일종인 ‘선정 당사자 소송’을 제출, 승소하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가격담합 기업은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을 부과 받고 다른 한편에서는 관련 소비자들로부터 소송을 당하는 등 이중의 손해를 감수해야 될 처지에 놓였다. 집단소송은 증권에만 한정돼 있지만 현행 민사소송법에는 집단소송의 일종의 선정 당사자 소송이 허용돼 있다. 선정 당사자 소송은 소송에 참여한 사람만 보상 받을 수 있는 것이 집단소송과 다른 점이다. 19일 공정위와 법조계에 따르면 화물ㆍ건설운송 노동자 500여명이 최근 공정위가 기름 값 담합으로 판결한 정유사를 상대로 선정 당사자 소송을 제출했다. 이들 운송 노동자는 기름 값 담합으로 운송비가 과도하게 들어가는 등 피해를 봤다면서 가격담합 정유사를 상대로 1인당 50만원씩 2억6,300만원의 집단 손해배상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했다. 공정위의 교복 값 담합 제재도 선정 당사자 소송에서 소비자들의 배상에 한몫을 했다. 최근 법원은 교복 값 담합으로 피해를 봤다며 학부모 3,500여명이 제일모직ㆍ새한 등 3개 대형 교복업체를 상대로 낸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1억5,0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가격담합 사실 발표 후 소비자들로부터 피해보상을 묻는 문의가 최근 늘고 있다”며 “집단소송은 현재 불가능하지만 선정 당사자 소송으로 보상을 받겠다는 소비자가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정위의 가격담합을 토대로 한 선정 당사자 소송은 앞으로도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가 가격담합 조사 범위를 기름 값뿐 아니라 유치원 수업료, 아이스크림 등 소비자들과 밀접한 분야까지 넓히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공정위는 최근 입법예고를 통해 가격담합 과징금 한도 기준을 현행 ‘해당 기업의 직전 3개 사업연도 평균 매출액’에서 ‘법 위반행위 관련 매출액’으로 바꿀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담합에 따른 과징금이 늘게 돼 집단소송까지 이어질 경우 기업들의 고충은 한층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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