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직장에서 퇴직한 근로자는 모두 340만명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것도 임금근로자 1,000명 가운데 4명 만이 정년퇴직자일뿐 대부분 중간 퇴직이어서 고용불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올 9월 기준으로 15∼29세 사이의 청년실업자가 32만명으로 전체 실업자 73만명의 43%에 달하고 있어 청년실업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상태인지 알 수 있다. 중장년 실업과 청년실업이 위아래로 겹쳐있어 사면초가인 상태다. 그렇다면 이런 대량 실업에 대한 과연 돌파구는 없는 것일까.
신용보증기금은 올 5월 국내 최초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이 제도는 직원이 정년에 도달하기 3년 전(55세)부터 그 때가지 수행해 온 지휘통제나 정책판단 중심의 업무를 내놓는 대신 채권추심, 소액소송, 경영컨설팅 등 오랜 경험을 필요로 하는 별정직으로 직무를 전환하는 동시에 임금도 업무 중요성과 생산성을 감안하여 연차적으로 과거 임금 최고치의 75%, 55%, 35% 등으로 축소시키는 구조로 되어있다. 즉 일정 연령에 도달하면 임금을 다소 줄이더라도 퇴직시키지 않고 정년까지 함께 간다는 공동체의식을 저변에 깔고 있다. 신보는 이 제도를 시행함으로써 몇 가지 커다란 효과를 보고있다.
첫째, 인건비 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동시에 이룰 수 있게 되었다. 임금피크제를 적용할 경우 피크 때 임금의 평균 55%를 지급 받기 때문에 1인당 3,500만원이 절감된다. 또한 임금피크제 실시와 명예퇴직시의 인건비 총량을 비교하면 임금피크제가 3년간 5,000만원 정도 더 들어가지만 그 이상의 비용절감효과를 가져온다. 예를 들어 현재 변호사에 위임하고 있는 소송업무를 임금피크제 대상자들이 직접 수행해 절감되는 소송비용은 3년간 2억8,000만원에 달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2억3,000만원의 비용절감이 가능해진다.
둘째, 고령화사회를 대비하기 위한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통계청에 의하면 우리나라가 고령화사회로 급속하게 진입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올해의 경우 생산가능인구(15∼64세) 8.6명이 65세 이상 노인 1명을 부양하고 있지만 2030년에는 생산가능인구 2.8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런 현상을 감안할 때 50대의 직원도 정년까지 일할 수 있는 근로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임금피크제는 많은 교육비를 투자하여 양성한 양질의 인적자산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노령인구를 부양할 사회적 비용을 분담한다는 점에서도 고령화시대를 대비하는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셋째, 실업 문제를 해결하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실업은 가정궁핍과 사회불안의 가장 큰 원인이 된다. 임금피크제는 사회적으로 많은 지출이 수반되는 중장년 실업자를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절감된 예산으로 신규인력을 채용할 경우 청년실업 해소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실제로 신보는 상반기에 50명의 신입직원을 채용할 계획이었으나 임금피크제로 절감된 예산을 활용하여 80명을 이미 채용한데 이어 11월에도 당초 계획보다 30명 늘어난 80명을 새로이 채용할 예정이다.
많은 조직이 임금피크제를 실시하여 절감된 예산을 신규채용을 위해 쓴다면 일자리가 없어 방황하고 있는 청년들에게 최상의 선물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중장년련뺙蒐퓸?문제로 나라가 몸살을 앓고 있는 이때 그들과 더불어 살수 있고 꿈과 안정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제 모든 직장에서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임금피크제 도입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고 본다. 일자리가 없어 방황하는 그들을 언제까지 보고만 있을 것인가. 우리 모두 조금씩 나누어 함께 가는 지혜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배영식(신용보증기금 이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