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생존 여부를 놓고 언론 보도가 엇갈리면서 그의 행적이 오리무중에 휩싸여 있다.
지난 19일 미국의 이라크 첫 공습 당시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장남 우다이 및 군 수뇌부 3명과 함께 사망했거나 적어도 부상당했을 것이란 미국쪽 언론 보도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21일 이라크 국영 TV는 후세인 대통령이 전황을 논의하기 위해 고위 자문단과 세차례 회의를 가졌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후세인 대통령의 세번째 회의 주재 화면이 저녁 뉴스 시간 짧게 스쳐 지나간 데다 이 화면조차 생중계인지 녹화된 것인지에 대한 진위여부가 명확히 가려지지 않고 있어 이 보도가 후세인의 생존을 확인해주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미 백악관 및 군 당국은 구체적 증거 불충분을 들어 명확한 언급을 회피하고 있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21일 "부풀려진 소문이 많다. 나는 소문에 대해선 얘기하지 않는다"면서 "(후세인 대통령에 대해) 공표할 아무런 구체적인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후세인의 최측근인 알리 하산 알-마지드 알-티그리티가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공백을 대신해 전쟁을 지휘하고 있을 것이란 가능성이 미 정보당국에 의해 제기돼 후세인 대통령이 사망 또는 적어도 부상했을 것이란 의혹을 부풀리고 있다.
22일 미 정보당국에 따르면 후세인 대통령의 사촌 동생인 알리 하산은 종전의 언론 보도와는 달리 전쟁 개시 직후 신속히 피신해 첫날 공습시 후세인 대통령과 함께 있지 않았으며, 현재 이라크 남부 모처에서 이라크군을 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8년 이란-이라크전 당시 화학 무기를 사용해 쿠르드족 5,000여명을 살상했던 전력 때문에 `케미컬(Chemicalㆍ화학) 알리`란 별명으로도 불리는 알리 하산은 당초 첫날 공습 때 군 수뇌부 인사들과 함께 숨진 것으로 보도됐었다.
한편 후세인이 살아있다고 해도 이미 이라크 군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했을 가능성이 크며, 특히 후세인 대통령의 최정예 부대인 공화국 수비대가 후세인 대통령을 등지고이탈할 징후를 보이고 있다고 ABC 방송 등 미 언론이 21일 보도했다.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은 이와 관련, "공화국 수비대 고위층과의 협상은 없었지만 개별 부대와는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창익기자 window@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