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사진) 금융위원장 내정자가 인위적인 가계부채 감축에 부정적인 뜻을 드러냈다. 임 내정자는 금융위원장 인사청문회(10일)에 앞서 4일 국회 정무위원회 새정치민주연합 신학용 의원에게 사전 제출한 질의 답변서를 통해 "가계소득 개선이 부진한 상황에서 무리한 부채 축소는 경제에 악영향을 미쳐 가계부채 관리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가계부채가 과도하게 증가하지 않도록 관리하면서 가계부채 구조개선과 가계소득 제고 노력을 병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 내정자의 발언은 인위적인 가계부채 감축 정책을 당분간 실시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임 내정자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부동산 규제 완화에 대해서도 "침체된 부동산시장을 정상화함으로써 서민경제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내수시장이 얼어붙은 현재의 경제여건상 자산시장의 온기를 데우는 길이 더 시급하다는 의미다.
금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 4%로 제한) 규제에 대해서는 일부 완화의 뜻을 내비쳤다. 임 내정자는 "금산분리 규제는 기본적으로 유지하되 핀테크(fintech)나 인터넷 전문은행 등을 위해 제시되는 방안에 대해서는 금융권과 법률 전문가 등으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듣고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산분리의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금융 당국은 이르면 오는 4월 중 인터넷은행에 대한 규제 완화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고금리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서민금융에 대해서는 개혁 의지를 나타냈다. 임 내정자는 일부 저축은행이 30%대 개인신용대출 상품을 취급하는 데 대해 "채무상환 능력에 기반해 합리적인 금리를 부과해야 한다"며 비판했고 "중금리(10%대) 대출 상품을 확대할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그는 특히 일부 저축은행이 대학생을 상대로 과도한 고금리 상품을 취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혀 개혁 조치를 예고했다. 임 내정자는 다만 "전국민적 부채탕감은 성실한 채무 상환자와의 형평성, 도덕적 해이 등을 고려할 때 신중해야 한다"며 "사실상 상환 능력이 없는 사람들은 법원의 개인파산으로 연계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서는 "각 금융사의 시간선택제 일자리 활성화와 고등학교 졸업자 채용 확대를 유도해 여성 및 고교 졸업자들도 경력단절이나 차별을 겪지 않고 실력으로 인정받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