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 사이트를 만들어 놓고 10만여명으로부터 수십억원대의 가입비를 받아 챙긴 후 업주가 잠적하는 대형 전자상거래 사기 사건이 또 다시 발생했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인터넷 전자상거래 업체 ㈜품아시 대표 유광호씨는 지난 2001년 ‘만콜닷컴(www.10000call.com)’이라는 쇼핑몰 사이트를 열고 유료 회원을 모집, 수십억원을 모은 후 최근 자취를 감췄다.
이 회사는 특허까지 획득한 ‘이익 재분배 상품구매 시스템’을 내세워 획기적이고 과학적인 전자상거래가 가능하다고 선전했다. 전통 품앗이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이 시스템을 활용하면 계좌개설ㆍ상품구매로 적립된 포인트가 시간이 흐를수록 저절로 불어나 지불금액의 수십배에 달하는 물건을 살 수 있다는 것.
실제 6만원을 내고 계좌를 개설한 지 1년도 안돼 적립된 포인트로 100만원대 냉장고를 구입했다는 회원들이 나오자 이 사이트는 순식간에 수만명의 유료회원을 끌어 모으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도깨비 방망이’의 신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회원 급증과 함께 포인트도 눈덩이처럼 늘어났지만 혜택은 초기 회원 수백명에게만 돌아갔다. 신규회원 1만명이 내놓은 돈을 기존회원 100명에게 몰아주는 기형적 구조는 회원이 10만여명까지 늘어나자 마침내 붕괴되고 말았다. 유광호 품아시 대표이사는 지난해부터 회원들의 격렬한 항의가 잇따르자 “적립금을 환불해 주겠다”며 시간을 끌다 최근 사이트에 ‘서버이전 작업 중’이라는 말만 남긴 채 잠적해 버렸다.
만콜닷컴 회원이었던 한 네티즌은 “돈을 돌려주겠다는 유 씨의 말만 믿고 2년 넘게 기다려왔는데 결국 날리게 됐다”며 “사이트 회원이 10만여명까지 늘었으니 피해규모는 수십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인 소비자보호원 선임연구원은 “소비자 입장에서 볼 때 정상적인 상술로 보이지 않으면 일단 의심해봐야 한다”며 “만콜닷컴이 특허까지 등록해 소비자들을 유혹했지만 지불한 금액의 몇 배를 받을 수 있는 상거래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