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뉴타운 현장을 가다] <4> 거여·마천·천호

거여·마천 "주민 동의율 높아 차질없이 진행될 것" 확신

서울시의 뉴타운 출구전략 발표 이후에 각 지역의 명암이 엇갈리면서 주민 간 갈등이 없는 지역은 오히려 사업 진행이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송파구 마천2·4구역 일대 주택가 전경. /서울경제DB

● 거여·마천뉴타운
주거 여건 낙후… 재개발 열망 커
마천, 대부분 구역 추진위 단계 불구 "공공관리제 때문에 문제없다" 반응

● 천호뉴타운
"사업 더디지만 외지인 투자자 많아 구역지정 해제 안될 것" 동요 없어
2구역은 "種상향 무산될까" 걱정


"박원순 서울시장이 잘되는 곳은 아낌없이 지원한다니 일단 믿어봐야죠." "사업 속도가 더딘 곳은 자칫 구역 지정이 해제될까 불안해합니다."

21일 서울 송파구 거여∙마천뉴타운과 강동구 천호뉴타운 지구에서 만난 주민들의 반응은 다소 엇갈렸다. 사업시행인가를 앞둔 거여뉴타운과 인접한 마천뉴타운은 박 시장의 뉴타운 신정책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위례신도시와 가까운데다 강남권이라는 메리트 때문에 사업 진척에 무게가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천호뉴타운은 대다수 구역이 사업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어 주민들이 다소 불안해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외지인 투자자가 많고 사업 추진에 대한 주민 동의율도 꽤 높은 편이어서 천호뉴타운도 구역 지정 해제로까지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업 속도 내는 거여∙마천뉴타운=거여∙마천 지역은 지난 1970년대 후반 청계천 개발로 쫓겨난 이주민들이 정착해 살기 시작한 서울의 대표적인 변두리 쪽방촌이다. 지금도 거여동 일대는 연탄으로 겨울을 나는 집이 있을 만큼 낙후된 지역이다. 이러한 주거여건 때문에 뉴타운 사업에 대한 주민들의 열망 또한 어느 곳보다 높은 곳이기도 하다.

2005년 3차 뉴타운으로 지정된 거여∙마천지구의 사업 속도는 편차가 심하다. 거여2-1∙2-2구역은 사업시행인가를 앞두고 있어 재개발이 확정적이지만 마천지구의 경우 대부분의 구역이 아직 추진위 단계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마천뉴타운 주민들도 마천지구가 서울시의 뉴타운 출구 전략에서 빗겨 나 있다고 확신하고 분위기다. 주민들이 믿는 구석은 '공공관리제도'다. 공공관리제도는 정비사업의 계획 수립단계에서부터 사업 완료 때까지 사업 진행 관리를 해당 정비구역의 구청장이 공공관리자가 돼 투명하게 재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제도다. 마천1∙3구역은 공공관리제도에 따라 주민들은 예비추진위원회를 구성, 추진위 설립을 위한 주민동의 절차를 밟고 있다. 현재 동의율이 50%에 육박해 곧 추진위가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송파구청의 한 관계자는 "공공관리제도로 뉴타운 사업이 진행되는 곳은 굳이 실태조사를 할 필요도 없다"면서 "거여∙마천뉴타운은 외부 투자자 비율이 높은데다 주민 협조도 잘되기 때문에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마천동 W공인의 한 관계자는 "2∙4구역은 추진위 단계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지분값도 4,000만원선에서 거의 움직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천호, 사업 더디지만 주민 동의율 높아 큰 동요 없어=2차 뉴타운인 천호지구의 경우 대다수 구역이 정비구역 또는 정비예정구역 지정 단계에 머물러 있다. 서울시 대책 발표 이후 재개발에 반대하는 주민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큰 동요 없이 차분한 분위기다. 대부분 구역이 오는 2014년이 돼야 본격적으로 사업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지분가격도 변화가 없다. 천호동 U공인의 한 관계자는 "서울시 발표 이후에도 매수∙매도 수요가 없어 지분가격은 지난해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천호뉴타운은 강남권인데다 외부 투자자가 많고 주민 동의율이 높아 사업이 순항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래시장 지역인 천호1구역의 경우 가구 수 대비 주민 동의율이 80%에 달하고 토지지분 대비 동의율도 50%에 근접했다. 정비예정구역 지정 준비단계인 천호3∙4∙6구역과 정비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5∙7구역도 주민 동의율이 높은 편이다.

천호뉴타운에서 가장 사업 속도가 빠른 천호2구역은 사업시행인가 단계를 밟으면서 종(種)상향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강남 지역 재건축 단지의 종상향이 잇따라 무산되면서 자칫 재개발 지역인 천호뉴타운으로 불똥이 튈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종진 천호2구역 재정비사업조합장은 "2구역은 원주민이 160가구에 불과하고 총면적이 1만㎡ 밖에 되지 않는 소규모 구역이어서 3종 일반주거지로 종상향을 해도 공급량이 190가구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종상향이 잇따라 무산되고 있어 주민들이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역세권 토지이용 합리화에 대한 용역을 진행 중"이라며 "용역 결과가 올해 상반기에 나오면 천호2구역의 종상향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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