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내 책임,계획대로 시행합시다”/경쟁사 한국이통 “불공정” 항의 예상불구/“대중화 가속화·경쟁체제 정착” 명분 관철/“800억 자금부담 신규가입 쇄도로 상쇄 가능” 판단『모든 것은 내가 책임집니다. 계획대로 시행합시다.』
지난 10월 28일 서울 중구 을지로 1가 금세기빌딩 12층 임원 회의실.
신세기통신 정태기사장(55)은 며칠간 검토해온 휴대폰 할인판매에 대한 최종 결단을 이렇게 내렸다. 회의중에는 좀체 담배를 피우지 않던 그도 이 회의에서는 거의 줄담배를 피웠다.
이같은 고민은 1백만원이 넘는 휴대폰을 25만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할인판매하는 것을 감안하면 어쩌면 당연했을 지도 모른다. 그동안 비용부담 때문에 가입을 망설이던 소비자들이 대거 몰려 올 것은 예상되지만 당장 경쟁업체인 한국이동통신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은 불을 보듯 뻔 한 일. 불공정경쟁이라며 항의할 것이 분명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법적 대응에 나설 지도 모른다. 한국이동통신에 가입해 있는 아날로그 가입자들이 상당수 신세기로 전환해 올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이동통신과는 이미 그동안 수차례 광고전을 통해 감정이 악화되어 있는 상황인데다 로밍문제로 국정감사에 까지 이슈가 된적이 있는 터여서 자칫 이번 결정이 소비자들로부터 통신업계의 분위기를 흐리는 것으로 비춰질 지도 모를 일이었다. 사내 일부 임원들도 이같은 분위기를 인식해서인지 반대를 하고 나섰다. 그러나 정사장은 최고경영자로서 결단을 내려야만 했다.
『가격인하는 폭의 문제였지 반드시 시행해야 한다고 오래전부터 생각해왔다』고 털어 놓았다. 가격인하 조치가 결코 일순간에 이루어지는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정사장은『시설비 명목으로 65만원을 내야하던 소비자들이 신세기가 시장에 참여하면서 보증금조로 20만원만 내면 되게된 것도 경쟁체제가 소비자들에게 가져다준 혜택』이라며 『 그것이 신세기통신이 이동통신업계에서 존재할 이유가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번 할인판매는 휴대폰을 대중화하고 이동통신업계의 경쟁체제 정착을 위한 바람직한 결정으로 생각한다』고 정사장은 말했다.
한편 정사장은 이번 파격적 할인판매로 인해 유통질서가 문란해질 가능성이 있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 『이번 할인판매는 우리나름대로 충분히 손익을 계산해 결정한 것인만큼 결코 덤핑판매로 봐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번 할인판매로 신세기가 막대한 자금부담을 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말하고 『약 8백억원의 자금부담이 생기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동안에도 1대를 가입시키는데 약 10만원의 부대경비가 든 점과 이번 기간동안에 한꺼번에 가입이 몰릴 것을 생각하면 실제 부담은 훨씬 줄어든다』고 밝혔다.
또 지나친 가격인하로 단말기 생산업체들의 기술개발의욕을 꺾을 우려가 있지 않는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경우 단말기는 가입자들에게 거의 무료로 제공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장기적으로는 그같은 추세로 갈수밖에 없기 때문에 제조업체들도 이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백재현>